<超저금리 시대 금융 변해야 산다>低성장 국내시장 한계 …‘금융 한류’로 해외영토 넓혀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미얀마 양곤에서 연 주택건설개발은행(CHDB)과 워크숍 모습. KB금융지주 제공

KB금융, 인도차이나·중국 중심 해외시장 집중 공략

하나금융, 2025년까지 글로벌수익 비중 40%대 목표

신한금융, 베트남서 수익 年20% 늘어 … 1위 시간문제

우리금융, 국내최대 해외 네트워크 올 200개 이상으로

장기화된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성장 한계에 다다르자 은행권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충격으로 해외 영토 확장을 사실상 중단했으나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은행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의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미얀마 건설부 산하 특수은행인 주택건설개발은행(CHDB)에 은행 업무 전반 및 정보기술(IT) 노하우 전수를 위한 워크숍을 현지에서 연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업무제휴 협약을 맺는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CHDB는 노하우를 전수받는 대신 국민은행의 미얀마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이와 함께 3분기 안으로 중국 상하이(上海)분행의 본인가를 획득하고 문을 여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캐피털 등 그룹사의 동반 진출로 상승 효과(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를 위해 중국·인도네시아·캐나다·미국 등을 중심으로 현지화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외국계 은행 톱5’ 진입을 목표로 신용카드와 펀드 판매, 방카슈랑스(은행연계보험) 등 현지 소매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비은행 계열사의 동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각각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하나은행과 중국외환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중국 정부로부터 합병 인가를 받았고, 지분을 출자한 지린(吉林)은행과의 연계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톱20 은행’(현재 48위) 진입을 목표로 하나·외환은행 현지 법인을 지난 3월 통합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HSBC를 제치고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수익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은행으론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법인 인가를 받은 이후로 5년 만인 지난해에는 HSBC의 뒤를 이어 현지에서 외국계 은행 총자산과 당기순이익 순위 2위에 올랐다. 현재 12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순이익은 매년 20%가량 증가하고 있어 이런 속도라면 1위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다.

인력·상품·사회공헌활동 등과 관련해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게 베트남에서 통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베트남 법인 전체 직원 중 약 95%(680여 명)가 현지인이며, 개인 고객 34만여 명의 91%도 현지인이다. 현지 기업고객 수는 450여 개로 대기업·중견기업·공기업 등이 주 고객층이다. 신한은행은 29일 인도네시아 중소은행 ‘센트라타마 내셔널뱅크’ 지분 75%를 인수했다. 올해 말까지 또 다른 현지 은행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의 경영권을 확보, 두 은행을 합병해 인도네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6월 현재 총 187개의 해외 네트워크(18개 국가)를 갖춰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사업에서 올린 순이익은 1억2000만 달러로, 은행 전체 순이익의 11%를 차지했다. 해외영업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현지 법인(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및 지점(인도)의 자체 네트워크 확대, 베트남 현지 법인 신설, 필리핀 신규 진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소다라 은행 인수과정에서 획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 은행에 대한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성장전략을 통해 2015년 해외 네트워크를 현재의 187개에서 200개 이상으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300여 개까지 확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에 이르는 ‘아시아 벨트’ 완성을 통해 ‘강한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산업은행은 갈수록 심화하는 중·일 지역의 금융이익 역조현상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중·일 현지 점포에서 올린 순이익은 4860만 달러로 이 지역의 국내 은행 전체 순이익의 35.4%를 차지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RQFⅡ·CIBM 자격을 취득하면 중국 위안화 자본시장에 본격 참여할 방침이다. 중국 역외에서 위안화 자금을 조달, 역내 증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투자자 자격인 RQFⅡ의 경우에는 본점 및 홍콩 지점에서 각각 10억 위안 한도로 허가를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중국 내 은행 간 채권 거래 시장인 CIBM의 경우에는 현재 본점 자금운영실에서 참가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IBK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고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현지 정착 및 사업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하는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사무소와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를 개소한 데 이어 4월에는 인도 뉴델리지점을 개점했다. 5월에는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지점 설립 인가를 받아 11월에 마닐라지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해외시장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시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NH농협금융그룹은 농협 경제부문과의 협력을 통한 해외 진출 사업모델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정책기관과의 전략적 제휴 및 해외 현지 농업 사업체와의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또 해외 금융회사를 직접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농협금융지주와 관련 자회사가 참여하는 전담조직(TF)을 본격 가동, 해외 진출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에 매진할 방침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