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극과극’ 축구장 스카이박스 330만원 vs 야구장 외야 7000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K리그 FC 서울-수원 삼성 경기를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 내부에 호텔식 뷔페가 준비돼 있다(큰 사진). 스카이박스 외부 발코니에 설치된 전용 좌석(작은 사진). FC서울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FC서울의 다양한 시즌권.

프로스포츠 티켓값 천차만별

지난 6월 28일 KBO 리그(프로야구 1군) LG-NC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경기 시작 30분 전이지만 한산한 분위기였다. 매표소 앞에는 몇 사람만 줄을 서 있었을 뿐 큰 혼잡은 없었다. 이날 경기장 입장객수는 2만1746명. 2만7000석을 거의 다 채웠다. 요즘에는 보통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구입해 경기장에 온다. 그래서 매표소 앞에서 긴 줄을 서는 건 이젠 추억이 됐다.

LG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전체 입장권의 70% 이상이 팔린다”며 “경기장에서 판매되는 입장권은 판매 이후에 남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엔 지정석과 일반석 두 종류밖에 없었던 국내 프로야구 티켓 가격은 이후 다양하게 발전했다. 특히 2003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 입장료 가격을 구단 자율에 맡긴 뒤로 각 구단은 차별화된 좌석을 만들어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테이블이 구비된 프리미엄석이나 테이블석에서는 보다 편한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그라운드와 가까운 좌석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주말 요금제가 별도로 시행됐고 1년 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도 판매되고 있다. 또 경기를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익사이팅존이나 연인석 등도 운영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선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새 경기장들이 건설되면서 테이블석 등을 포함한 ‘특별좌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양해진 좌석은 티켓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지정석 5000원, 일반석 3000원이던 서울의 야구장 입장료는 7만 원까지 올랐다. 특히 최근 5년간 LG의 프리미엄석은 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약 40% 인상됐고, 3만 원이던 주말 테이블석은 4만5000원으로 50% 올랐다. 지난 5년간 서울시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 8%와 비교하면 무척 가파른 상승폭이다. LG와 두산은 모두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지만 입장료는 서로 다르다. 두산의 프리미엄석 가격은 6만 원으로 LG에 비해 약 1만 원 저렴하다.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도 5년 전에 비해 20%가량 입장료를 인상했다. 좌석이 다양해 평균 입장료가 집계되진 않지만, 6월 28일 기준으로 2015시즌 전체 입장 수익을 총 관중수로 나눈 ‘객단가’는 1만310원이다. 지난해 9489원에서 900원 정도 오른 것이다.

입장료 가격이 뛰고 있지만 국내 프로야구단은 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와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평균 입장료는 28.94달러(약 3만2400원)다. 2014시즌 국내 프로야구 객단가 9489원의 3배 이상 높다. 프리미엄 티켓의 평균 가격은 96.94달러(10만9000원)에 이른다.

야구 외 종목의 입장료는 더 비싸다. 미국프로풋볼(NFL)의 평균 입장료는 84.43달러(9만5000원), 미국프로농구(NBA)는 53.98달러(6만430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62.18달러(7만 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입장권 최저가 평균은 44.58달러(5만 원), 최고가 평균은 91.29달러(10만2000원)에 이른다. KBO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외에 비해 국내 티켓 가격은 무척 저렴한 수준”이라며 “관중 동원을 통해 수익이 날 수 있을 때까진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티켓 가격을 인상하지만 다른 종목은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관중 동원력에서 뒤지는 탓이다. 지난해 K리그의 유료 입장권 최저가는 1만 원이지만, 객단가는 여기에 한참 못 미치는 3708원이었다. 객단가가 뚝 떨어진 이유는 공짜표 남발 때문. 유료 관중 87%를 동원해 가장 비싼 객단가를 기록한 FC 서울조차 6322원에 그쳤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구단 등과 협의해 자정에 나서기로 결의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몇몇 구단이 공짜표를 없애자는 자정 작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입장권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농구에서도 공짜표로 인한 객단가 하락이 골칫거리다. KT의 경우 2014~2015시즌 공짜표를 대폭 줄여 객단가를 2배에 가까운 174.7%까지 올려놓았지만, 관중수는 55.6% 감소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는 “관중수가 많이 줄었지만 과도기로 생각하고 있다”며 “구단들이 실질적인 소득이 높아지는 객단가 상승으로 뜻을 모은 만큼 앞으로도 공짜표를 줄이고 유료 관중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49만8421명의 관중을 동원한 프로배구도 대폭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프로배구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두 해만 갖고 입장료 인상을 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