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얼룩덜룩 ‘피부 곰팡이’… 세이지로 ‘항균 클렌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항곰팡이 성분 다량 함유
박테리아 성장·땀 억제해
무좀·성기 감염에도 효능

프랑스 속담에 ‘정월에 세이지를 키우고 있는 집은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다. 세이지는 오래전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알려져 온 허브다. 세이지(사진)라는 이름도 ‘건강하다’, ‘치료하다’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세이지는 처음 냄새를 맡으면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만 점차 향이 좋아진다. 항간에는 술을 마시기 전 세이지 향을 맡으면 주량이 늘어난다는 얘기도 있다.

세이지는 잎을 말려 사용하는데, 강장작용 외에 신경계통이나 소화기계통에 뛰어난 약효가 있다. 항균, 항염 등 살균·소독작용도 한다. 약용식물 전문가들이 어루러기 등 피부질환에 세이지를 추천하는 것도 그 같은 효능 때문이다. 세이지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추출물(에센셜 오일)을 이용한 각종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세이지의 잎에는 알파-아미린, 알파-피넨, 알파-테르피네올, 아피게닌, 베타카로텐, 베타시토스테롤, 캄페스테롤, 캄펜, 캠퍼, 카테킨, 페룰릭산, 갈산, 리모넨, 리날로올, 루테올린, 올레놀산, 로즈마릭산, 사포닌, 타닌, 테르피네올, 어솔릭산, 바닐릭산 등의 성분이 들어있다. 또 보론, 칼슘, 철, 마그네슘, 망간, 인, 칼륨, 셀렌, 아연, 비타민 B1, B2, B3, B5, C 등의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세이지의 성분 중에 어루러기와 관련해서는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 감염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것으로 모노테르펜의 일종인 캠퍼(camper)와 캄펜(camphene) 등을 꼽을 수 있다. 세이지 추출물에 다량 함유돼 있는 이 성분들은 항곰팡이 작용이 탁월, ‘말라세지아’라는 효모 곰팡이균에 의한 어루러기는 물론 무좀 등의 질환에도 치유 효능을 보인다. 항균작용 역시 피부질환에 이롭게 작용한다. 세이지 추출물의 항균효과는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해 피부는 물론 귀나 코, 목, 눈, 성기, 요도 감염 같은 질환에 효능을 보인다. 세이지잎이 어루러기를 유발하는 땀을 감소하는 데 효능이 있다는 내용도 보고돼 있다.

세이지의 소화기능 촉진 작용도 피부질환에 유익하다. 세이지 추출물은 담즙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음식의 분해를 촉진한다. 소화 불량인 경우 장내 유해균의 증식도 억제해 장내 면역시스템이 균형을 갖추도록 도와준다. 사실 장 면역력과 피부의 관계만큼 밀접한 경우도 흔치 않다. 장내에는 유익균이 부족할 경우 독소가 많이 쌓이는데 이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여드름,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이 발생한다. 또 유해 세균이나 장내독소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기도 하는데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소화기 질환은 물론 자가면역질환, 만성피부질환 등으로 번질 위험이 높다.

또 하나 세이지의 효능 중에서 주목받는 것은 항산화 효능이다.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름과 같은 노화, 뇌의 오작동, 피부와 근육손상, 시력과 청각 기능의 감소, 기억 상실, 황반 변성 및 신경 질환에 예방과 치유작용을 한다. 세이지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오랜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외국의 한 연구에서 세이지 오일 추출물로 만든 정제를 복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단어 연상력 테스트에서 훨씬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다고 한다. 세이지의 항암효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세이지의 세스퀴테르펜 성분이 주목받고 있다.

일찌감치 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국가에서 요리에 세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것도 ‘만병통치약’을 방불케 하는 이 같은 효능과 무관치 않다. ＜도움말 = 윤승일 빙빙한의원 원장(한의기능영양학회장)>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