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劉… ‘사퇴하더라도 내 방식대로’?

劉, 명분없는 ‘불명예’인식
‘세 대결 안 밀린다’ 판단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자기주도식 사퇴’로 향후 행보를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가 깔아준 명예퇴진 수순을 거부하고 사퇴를 하더라도 내가 정한 일정과 방식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 원내대표의 행보는 우선 친박이 주장하는 명예퇴진이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불명예퇴진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투표 불성립으로 사실상 사문화한 뒤 해당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한다는 것이 친박 측의 ‘명예퇴진론’이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우선 국회법 개정안 합의 처리에 대해 책임을 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직선으로 선출한 임기제 원내대표, 특히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원내대표에게 청와대나 당내 한 계파가 사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유 원내대표 자신이 이번 사퇴로 실추된 명예와 정치적 위상을 회복했다고 판단할 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7월 말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7월 말까지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친박의 파상공세를 견뎌낼 수 있다면 어차피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사퇴를 아예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와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에 대한 압박은 한계가 있다. 당정 협의를 거부하는 등의 청와대 압박은 장기화될 경우 국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진 청와대 측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친박계 지도부가 사퇴하는 방안 역시 자칫 당권을 비박계에 온전히 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50%를 넘기고 있고 대권후보로서의 지지율이 4등으로 올라서는 등 정치적 인지도 및 지지율 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유 원내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정치적으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신(新)보수’라는 유 원내대표의 영역도 보다 확고하게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