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2013년 주장 전술핵재배치론… 요즘 美서 확산

‘비확산 대부’ 소콜스키 등
“북한 핵무장 막지못하면
韓日 핵보유 시도 가능성”

MJ ‘워싱턴연설’ 후 공감대

미국의 싱크탱크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견해와 달리 전문가들 내부에서의 전술핵 여론 확산은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비확산계의 대부로 통하는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교육센터 소장은 30일 오후(한국시간 1일 오전) 워싱턴 DC의 헤리티지재단에서 “미국은 모든 종류의 가능한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의 절제심을 갖고 (전술핵 배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콜스키 소장은 새 저작 ‘과소평가: 그리 평화롭지 않은 우리의 핵 미래’를 소개하면서 “최근 만났던 한국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전술핵 재배치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핵확산 도미노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워싱턴에서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3년 4월 워싱턴 연설을 통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공개 선언한 이후 공감대가 점점 확산되는 기류다. 지난 5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미국신안보센터(CNAS), 국립공공정책연구소(NIPP) 등은 공동작성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2025년 이후 한반도 전술핵 전진배치를 국방부에 권고했다. 클라크 머독 CSIS 선임 연구원은 “전술핵무기의 전진 배치는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미국은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북한의 핵 고도화·소형화 가능성이 현실화됐고, 한국·일본이 이를 명분으로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 공약이 없다면 언제든지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핵 도미노’는 동북아가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미국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1990년대 이전처럼 전술핵을 재배치, 직접적인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의 자체적 핵 개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의 논리인 셈이다.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전혀 논의되는 바가 없으며, 미국의 주류 노선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앞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에는 주한미군 기지에 전투기에서 투하되는 핵폭탄, 155㎜·8인치 포에서 발사되는 핵포탄, 랜스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용 핵탄두, 핵배낭, 핵지뢰 등 151∼249발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B-2 스텔스 폭격기 등에 장착 가능한 B-61핵탄두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술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2년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은 총 1620발이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