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대형무기 도입 사업 ‘美독점체제’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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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4대 도입 최종 확정
防産시장 경쟁체제 시작 주목
협상력 제고카드 활용할 수도
기술이전 약속이행 등 과제로

한·미 동맹이라는 벽을 깨고 공중급유기 사업에 미국 기종이 아닌 유럽 에어버스 D&S의 A-330 MRTT(사진)가 최종 선정되면서 대형 무기도입사업에 ‘권력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30일 1조 4881억 원 규모의 공중급유기 사업 기종으로 유럽 에어버스의 세계 최대 다목적 급유기 A330 MRTT를 최종 선정했다. 최근 1조6000억 원 대 군용·민수 헬기 동시개발사업에 유럽 업체가 선정된 데 이어진 결정이다. 무기도입 사업이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는 동시에 실리 외교와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에어버스의 승리는 무엇보다 미국 방산업계의 한국 시장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항공기 수주전의 메이저 게임인 전투기사업에서는 유럽 업체들이 그간 미국 보잉과 록히드마틴에게 3차례 고배를 마셨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의 차기전투기(F-X) 1·2차 사업의 승자는 미 보잉의 F-15K이었고 박근혜정부 들어와 시행된 F-X 3차 산업에선 미 록히드마틴의 F-35가 선정됐다. 2011년 도입돼 실전 배치된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도 미 보잉 제품이다. 그러나 유럽업체는 지원기 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이번 공중급유기 사업에서 에어버스가 한국 방산 시장에서 3전 4기 신화를 만들어낸 것을 계기로 미국 글로벌 방산업체와의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국제공동 개발사업이 에어버스 헬리콥터와 진행되고 있으며 군용헬기·민수헬기 공동개발 사업에도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참여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정부로서는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미국 업체에 끌려다녔던 악습을 타개하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 작전 운영의 편의성, 상호호환성 등을 이유로 미국 업체들에 방산 시장을 내주다시피 한 데 비해 미국은 후속 군수지원, 기술이전 등에 있어 매우 인색했다.

김열수(국제정치) 성신여대 교수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미국 일변도였던 국내 무기 시장에 유럽 등 다자가 참여하는 체제가 확립되면 미국이 자연스럽게 더 나은 후속서비스 및 기술이전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어버스 D&S는 경쟁사에 비해 10% 포인트 높게 제시한 70.5%의 파격적인 절충교역 목표 약속 이행과 미국산 전투기를 운용하는 한국 공군 무기체계와의 상호운용성을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특히 에어버스가 한국 측에 이전할 기술로는 공중급유장치 정비 기술과 항공기 동체 제작에 필요한 복합재 분야의 핵심인 열가소성수지(OOA) 등 첨단기술이 거론된다.

인지현·유현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