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철로에 누워 교통방해’ 죄값은?

50대男 국민참여재판 신청
배심원단 4대3 무죄 평결
판사는 집행유예 1년 선고

술에 취해 철로에 드러누워 열차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기차교통방해)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선처를 호소했지만 결국 유죄가 선고됐다. 1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 경기 고양시 행신역에 도착한 KTX 열차 객실에서 만취 상태로 잠을 자고 있던 김모(52) 씨는 자신을 깨우는 승무원에게 순간 화가 났다. 흥분한 김 씨는 열차에서 내려 선로에 드러눕고 열차에 몸을 기대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소동으로 열차가 차고지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뒤따라온 열차들의 도착이 20분가량 지연됐다.

김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열차 운행을 방해할 만큼 위험하지 않았을뿐더러 운행을 방해할 의도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열차에 기대거나 선로에 드러누운 것은 사실이지만 술기운 탓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다수결 투표 끝에 유죄 3명, 무죄 4명으로 무죄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 12부(부장 박평균)는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에도 김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기차의 교통을 방해하고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아 잘못이 절대 가볍지 않다”며 “다만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기차 교통이 방해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