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진행 ‘옛말’…TV 아나운서 설자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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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규모 줄고 역할도 축소
예능프로선 전문 MC에 밀려
인지도 높아지면 프리랜서로

“아나운서 되기도, 아나운서로서 이름 알리기도 어려워졌어요.”

2년째 지상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한 지망생의 토로다. 아나운서의 채용 규모는 해마다 주는 추세고, 기존 아나운서들의 역할도 대폭 축소됐다. 두 가지 현상은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의 얼굴을 보기 힘들고, 기존 아나운서의 활용도가 낮으니 신규 채용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지상파 3사에 몸담은 아나운서는 180여 명. KBS가 100여 명, MBC와 SBS가 40여 명 안팎이다. 하지만 이들 중 대중이 얼굴과 이름, 대표작을 기억하는 아나운서는 극소수다. 이에 대해 한 지상파 아나운서는 “제작진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고, 일단 유명해지면 줄줄이 프리랜서를 선언해 남아 있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뉴스 진행은 기자 출신 앵커로 채워지고, 예능에서는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면서도 주로 전문 MC를 기용한다. 게다가 각 방송사들이 김성주(왼쪽 사진) 전현무(오른쪽) 박지윤 등 실력파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빗장을 열면서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부분 아침 방송이나 낮 시간대 뉴스와 라디오 뉴스 등 대중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프로그램을 맡으며 얼굴과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KBS 이지애 김경란 오정연을 비롯해 MBC 오상진 문지애 서현진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아나운서들은 줄줄이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방송사의 울타리를 벗어났다. 이는 내부 경쟁이 치열한 방송사에서 이들에게 인기에 걸맞은 방송 기회를 보장해 주지 못한 것도 이유라 할 수 있다. 한 지상파 부장급 아나운서는 “일명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에 대한 내부 반응이 엇갈려 아나운서들의 포지션이 애매할 때가 많다”며 “‘키워 놓으면 나간다’고 불평하기보다는 키워 놓고 활용하지 못하는 방송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나운서들의 활용도가 낮은 데는 전문 MC들의 견제도 한몫한다. 메인 MC들은 나름의 ‘라인(line)’을 갖고 손발이 맞는 패널들을 추천한다. 프리랜서인 그들에게 매달 월급을 받으며 많진 않지만 방송 출연료까지 따로 챙기는 아나운서들의 성장은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장급 아나운서는 “연예인들과 방송에 투입됐다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맞장구를 쳐주지 않아 통편집된 후 힘들어하는 후배들의 고충을 적잖이 들었다”며 “아나운서들이 자생력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사 아나운서를 기용하며 성장시키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