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생물학적 시한폭탄’ 위기에 처한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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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운명이 있고 타이밍이 있습니다. 캐나다 저널리스트 앤드루 니키포룩의 ‘바이러스 대습격’(알마)은 적기의 타이밍에 새 운명을 얻었습니다. 책은 2010년 ‘대혼란: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라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제목으로 나왔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절판’의 운명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뒤흔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상황 속에서 구사일생 살아나, 제목을 바꿔 재출간됐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절판되긴 아까운 책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명들이 생존을 위해 격전을 벌이는 지구, 바이러스를 포함한 생명들이 전지구적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조류독감, 구제역, 광우병, 메르스까지 전염병이 일상이 되다보니, 사람들은 오히려 무감각해진 듯합니다. 직접적으로 영향이 없는 한 하나의 뉴스로 받아들여 발생, 방역, 살처분, 진정세 등을 지켜보다 잊어버립니다.

책은 인류가 생물학적 시한폭탄을 안은 위급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바이러스의 대습격, 생명의 대습격 때문입니다. SF 영화에서 나오는 외계인 공격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구 안에서 진행 중인 생명의 습격으로 인한 인류 절멸에 대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세계화와 균질화입니다. 글로벌 시대, 진드기, 곰팡이, 항생제 내성균, 바이러스 등 온갖 생명들도 인간과 함께 전 세계로 돌아다닙니다.한번 교두보를 확보한 ‘무전 여행객’은 미친 듯 번식한 다음 폭발 기회를 노립니다. 몸집이 작고, 생식 능력이 왕성하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인간이 조성한 도시환경 어느 곳에서나 적응합니다. 사람들은 이들이 메르스처럼 질병을 일으킬 때에야 관심을 갖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침입자가 원래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생명을 멸종시키고, 생태계를 균질화하는 것입니다. 생태계 균질화는 사실 인류가 이 세상에 대응해온 방식입니다. 저자는 최근 지구에서 승리를 거둔 생물종은 호모 사피엔스였지만, 인류는 종 다양성을 축소하고 자생적 생물 대신 세계를 호령하는 폭군을 배치함으로써 삶을 균질화하고 결국 생태계의 대응력을 떨어 뜨렸다고 합니다.

메르스 사태를 예고하듯 병원이 온갖 병균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잊지않은 책은 뒷부분에 생물시한폭탄 시대를 살아가는 노하우 리스트를 붙여 놓았습니다. 손을 씻으라는 예상 가능한 조언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조언도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 밖으로 차량을 이동하기 전에 세차하라, 자신의 활동으로 야기되는 생물학적 결과에 책임을 져라, 꿈꾸는 것보다 적게 소유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라. 생명이 격전을 벌이는 지구,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주인인 이곳에서 삶의 방식 전체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