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엘리엇 주총대결 D-9>재계 ‘헤지펀드 경계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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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기자본 지분매입에
지배구조 취약한 대기업들
경영권 방어 대책 ‘골머리’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주식 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헤지펀드 경계령’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헤르메스는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내비쳤다가 돌연 주식을 처분해 380억 원 상당의 차익을 거뒀던 전력이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도 최근 삼성물산 지분 2.2%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또 다른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삼성SDI와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의 지분 매집에 나섰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배경은 기본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취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지난 2005년 당시 3.6%였지만 올해는 2.7%까지 떨어졌다.

특히 SK그룹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0.4%에 불과했다. 또 현대중공업그룹(1.1%), 현대차그룹(1.25%), 삼성그룹(1.28%), 한화그룹(1.9%) 등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았다. 결국 지배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이 경영권 승계작업 등에 착수하자 헤지펀드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취약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집요한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공세가 강화되자 각 기업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배당 확대 등의 주주친화 정책을 준비 중인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 수단들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