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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5년 07월 09일(木)
삼성물산 합병, 시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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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되는 피터 드러커의 혜안은 정말 놀랍다. 기업 성장이 안정적이던 시대에 예언자처럼 ‘기업의 최고 목적은 생존’이라는 경구를 던졌다.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발간한 ‘대혼란(The Great Disruption)’의 머리말에는 섬뜩한 사실들이 열거돼 있다. 1970년의 포춘 500대 기업 중에서 3분의 2는 현재 리스트에서 탈락했고, 팬암항공·아서앤더슨·베어스턴스 등 완전히 없어진 조직도 많다는 것이다. 대공황이 최악 국면이던 1937년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75년이었으나 2011년에는 18년으로 대폭 줄었고, 갈수록 더 짧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기업의 생존확률은 더욱 비참하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말의 자산규모 30대 기업 중 대우그룹을 비롯해 절반이 쓰러졌다. 20년 가까이 흘렀으나 대우조선은 아직 은행관리다. 경남기업처럼 떠돌다 제자리 귀환도 생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뿌리다. 삼성전자는 출발은 늦었지만, 가전제품에 이어 반도체와 휴대전화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수익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위축됐다. 이번 합병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이런 노력조차 없으면 주주가 들고일어날 판이다.

종합무역상사로 수출에 앞장섰던 삼성물산은 삼성건설과의 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혔다. 제일모직은 에버랜드와 합병으로 패션과 레저까지 사업 범위가 다양하다. 삼성물산의 글로벌 경영과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얻겠다는 것이 합병의 목표다. 사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향한 인수·합병(R&D)은 글로벌 기업에서 다반사다. 애플과 구글 등 신진 그룹뿐만 아니라 GE, 듀폰, 지멘스 등도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사업 재편과 R&D에 적극적이다.

정부의 대기업 규제 강화도 합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계열사 간의 정상적 거래도 일감 몰아주기라며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고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한다. 신규 순환출자를 형벌로 금지함으로써 사업을 확충하려면 출자정리부터 먼저 하도록 몰아붙였다. 금산분리도 강화돼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에도 미리 대비해야 했다. 촘촘한 규제 탓에 합병이 사업 확충의 유일한 통로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문제 삼은 합병비율은 세법의 강행규정이다. 상장기업 간의 합병은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른 합병비율을 적용할 경우 불공정 합병 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국제의결권자문사인 ISS가 자본시장법 범위를 벗어나는 합병비율(1 대 0.95)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를 수용할 경우 삼성물산 대주주는 불공정 합병에 따른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한국거래소 등 국내 공적 기구 출연으로 운영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세법에서 불공정 합병으로 정한 방식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실정법 강행규정으로 정해진 합병비율을 트집 잡을 게 아니라, 시너지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 경영진으로부터 시너지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임할 수 있도록 약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시너지 규모와 임원 보수를 연계하는 것도 대안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실패한다면 한국 상장기업의 구조조정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시너지에 대한 사후평가 체계 설정을 통해 소모적인 대립을 종식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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