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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7월 10일(金)
오바마 앞에서 ‘말춤’춘 싸이, ‘B급 문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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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부들을 사로잡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코드가 새롭게 가미됐지만 B급 연애소설의 장르적 문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 슬라보예 지젝·스티븐 킹 등 지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귀에 쏙 들어오는 제목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쁜 장르’란 쉽게 말해 ‘대중 문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B급’이라 치부되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 석학과 논객들의 주장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제목을 간략화하자면 ‘대중 문화의 속된 콘텐츠’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거다.

2008년 가수 인순이는 예술의전당에 대관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해 논란이 불거졌다. 반면 가수 보아는 오는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게 돼 화제를 모았다. ‘거절’과 ‘화제’의 저변에는, 두 장소는 엘리트 계급을 위한 고급스러운 취향의 문화를 주로 공연하고 전시하는 곳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아무나’ 서는 무대가 아니란 의미다.

예술만큼 다양성을 부르짖는 분야도 없다. 하지만 정작 예술만큼 기준과 등급을 매겨 줄을 세우는 분야도 없다. 바로 이 아이러니 속에서 나쁜 장르라 치부되는 B급 문화가 발생한다.

이 책은 할리우드에서 비주류 B급 영화로 취급받는 코미디 및 액션·좀비 영화를 비롯해 할리우드의 아류 혹은 반(反) 할리우드 정서를 담은 인도나 아랍 영화의 흐름을 짚으며 B급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시간 죽이기’용 잡소설로 취급받는 3류 대중소설과 연애소설, 추리소설의 숨겨진 가치를 찾고, 주류 계급으로부터 외면받은 록, 힙합, 랩, 재즈, 테크노 등이 현재 전 세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전달한다.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 될 가치가 큰 이유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그 어떤 때보다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딴따라’라 불리는 아이돌 가수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읊조리는 것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장래희망 1순위로 ‘연예인’을 적는 초등학생들을 이해하고 가르쳐야 하는 세상에 살려면 대중 문화를 나쁜 장르이자 B급 문화로 치부하기 전 진지하게 그 본질을 짚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돌 그룹 2PM에서 탈퇴한 후 미국으로 떠나는 가수 박재범을 붙잡기 위해 공항으로 수백 명의 팬이 몰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감춰뒀던 사생활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의 행보에 혀부터 끌끌 차며 가수 싸이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초청을 받아 그 앞에서 ‘말춤’을 췄다는 것이 마냥 놀라운 당신이라면, 이 책을 정독할 필요가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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