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요리가 열풍인 시대… ‘건강한 먹거리’ 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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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마드레, 새로운 인본주의 / 카를로 페트리니 글, 김난령 옮김 / 라임북

테라 마드레(Terra Madre). 어머니 대지라는 뜻의 테라 마드레는 1980년대 중반 전 세계 슬로푸드 운동을 이끈 카를로 페트리니가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만든 전 지구적 음식 공동네트워크다.

음식부터 패션, 생활방식과 투자·금융까지 전 지구적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현대인들에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는 데에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이는 그만큼 우리들이 지역 ‘먹거리’에 대해 둔감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에 의해 균일화된 음식의 유입은 지역의 토속적 음식, 또 이를 가능케 한 지역 음식 네트워크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테라 마드레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권리’를 내걸고 전 세계 소규모 농업 종사자, 어부, 목축인, 요리사, 소비자, 예술인의 힘을 결집해 대규모 생산, 규격화·표준화된 농업 생산을 지양하고 지역 소규모 식량 생산자들의 농업 방식을 지지하는 운동을 벌인다.

궁극적으로 세계화와 획일화에 맞서 지속 가능한 음식문화를 지켜 나가겠다는 뜻이다.

2009년 현지에서 출간된 책이 지금 한국에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둔감해진 우리의 문제의식을 건드리는 것이다. 게다가 음식과 요리가 대세인 시대에 이 같은 경각심은 더욱 필요하다. 먹방과 스타 셰프, 음식과 요리에 열광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음식에 대해 진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슬로푸드 회장인 카를로 페트리니는 책에서 테라 마드레를 조직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각국 음식 공동체들이 자신들의 전통 농법에 어떻게 긍지를 갖게 됐는지, 자본주의와 소비문화로 인해 음식문화, 보다 넓게는 현대사회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차분히 돌아본다.

베냉 연안 코토누 마을의 지역 생산물과 가족 단위 소매점, 방목으로 돼지를 키우는 카메룬 북부의 목축인, 전통 요리법을 전수하는 콩고 청년요리사협회, 지속 가능한 식량 프로젝트를 실행해 구내식당에 공급한 예일대 학생 등 세계 곳곳의 유기농 실험도 전한다.

페트리니 회장은 “대량생산에 의한 소비주의는 음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구촌 한쪽에는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이 쌓이고, 한쪽에는 먹을 음식이 없어서 죽어가는 현실, 이런 현실은 우리가 살아갈 터전인 어머니 대지를 죽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