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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7월 10일(金)
오해·배신… 신뢰 무너진 사회에 대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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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 요시다 슈이치 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47·사진). 1997년 문학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2002년 ‘퍼레이드’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작가로 떠올랐다. 2007년 그에게 오사라기지로상과 마이니치출판문학상을 안긴 ‘악인’은 슈이치 문학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단언컨대, ‘분노’는 ‘악인’을 넘어선다. 추리소설의 외형을 띠지만, 그 속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빠른 이야기 전개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면서 밀도 있게 절정으로 치닫는다.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전달하는 심리 묘사는 긴장감을 더한다.

그 시작은 2011년 8월 일본 하치오지(八王子) 교외에서 발생한 참혹한 부부 살해사건. 범인은 사건 현장에 피해자의 피로 쓴 ‘분노’라는 글씨를 남긴 채 종적을 감춘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지명수배 보도를 내보내면서 범인을 쫓지만, 범인은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1년 넘게 수사망을 피해 간다. 지명수배 보도는 오히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의혹을 부추기고, 사회에 크고 작은 파문과 동요를 낳는다.

특히 소설은 데쓰야, 나오토, 다나카 서로 다른 범주에 있는 세 명의 남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데쓰야는 요헤이의 일터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청년이다. 요헤이는 아내를 일찍 여의고 외동딸 아이코와 단둘이 산다. 아이코는 충동적으로 가출해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돌아오는 등 정서가 불안정하다. 하지만 데쓰야를 만난 후 안정을 찾고, 둘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요헤이는 지명수배 보도에 나온 부부 살해사건의 살인범과 데쓰야의 외모가 비슷하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그가 제출한 이력서의 이름과 과거 경력이 거짓이었음을 밝혀낸 후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아빠로부터 사실을 전해 들은 아이코는 데쓰야를 감싸주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또 다른 남성 나오토는 동성애자다.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나 애인 관계로 발전한 유마와 함께 산다. 하지만 유마의 친구들 집에서 잇달아 빈집털이 사건이 발생하고, 유마는 나오토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의문은 살해사건 지명수배 보도를 보면서 더욱 깊어지고, 끝내 그를 추궁한다. 이후 나오토는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얼마 뒤 유마는 경찰로부터 나오토를 아느냐는 전화를 받지만,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다나카는 의심이 죽음으로까지 번진 경우다. 오키나와(沖繩) 인근의 무인도에 사는 다나카는 인근 섬 민박집 아들 다쓰야, 여고생 이즈미와 친구로 지낸다. 셋이 함께 술을 마신 날 이즈미가 미군들에게 강간당할 뻔한 사건이 발생한다. 다쓰야는 술에 취해 이즈미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빠진다. 상황은 상처를 치유하던 이즈미가 무인도를 찾았다가 다나카의 움막 뒤편 벽에 ‘분노’라고 수없이 휘갈긴 글씨를 보면서 극단으로 간다. 이즈미는 다쓰야에게 사실을 알리고, 다나카가 부부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된다고 말한다. 글씨를 확인하기 위해 무인도를 찾은 다쓰야는 ‘분노’라는 글씨와 함께 또 다른 벽 한 귀퉁이에서 글귀를 발견한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나카를 찾아가 그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셋 중 범인이 있을까. 분노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은 궁금증을 끝까지 몰고 간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궁금증만큼이나 작은 균열들이 만들어낸 배신과 오해, 그 일상의 비극에 대해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간 사이의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모두가 살인자로 지목되고,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일 경우 더욱 그렇다.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소설 줄거리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아꼈다. 세 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여운이 남는 뒷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슈이치는 책 출간에 앞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분노’라는 작품을 쓰면서 분노보다 강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봤습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고, 이를 ‘사랑’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모두가 분노와 상처 속에 살지만,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믿음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책은 전한다. 재미와 감동을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전 2권.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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