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있으면 어머니 자궁처럼 편안”… 영화 30편에 담긴 ’시네마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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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 크레딧 / 원재훈 지음 / 라꽁떼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의 이름이 스크린을 타고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엔딩 크레디트라고 한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NG 장면과 영화 이후의 이야기 등을 보여주는 깜짝 영상이 담기기도 한다.

저자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영화에 등장했던 인상적인 장면들과 대사, 음악 등이 떠오르며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긴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는 극장에 앉아 세상과 잠시 떨어져 관객이 되면 어머니의 자궁에서 편안하게 둥둥 떠다니며 우주의 에너지로 충만한 기운을 얻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힌다.

이 책에는 저자가 평론가들의 선정 기준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안목으로 30편의 영화를 골라 각각의 작품 안에 녹아 있는 정서를 ‘분노’ ‘사랑’ ‘행복’ 등 3가지 주제로 풀어낸 ‘시네마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저자는 배우들의 사연과 영화를 보고 떠오른 자신과 관련된 일 등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내며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시인으로 등단해 소설도 쓴 저자가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쇼생크 탈출’을 ‘희망’이라는 단어를 마치 주머니칼로 기둥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듯이 각인시키는 영화라고 소개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 ‘앵그리스트 맨’을 보며 고인이 된 윌리엄스와 상상 속 대화를 나눈다.

또 ‘러브 레터’의 여주인공이 죽은 연인에게 편지 쓰는 것을 보고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산 골동품 전화기로 단테와의 통화를 시도했던 일화도 전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비긴 어게인’에 등장하는 도시생활에 지친 고독한 사람들과 ‘록키’의 피투성이 헝그리 복서 등 영화 속 주인공들과의 공감대가 삶에 용기를 준다고 밝힌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거리로 나서면 왠지 모든 게 잘될 것 같은 낙천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