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노래는 ‘듣는 詩’· ‘보고 읽는 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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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밥 딜런 / 손광수 지음 / 한걸음·더

밥 딜런의 음악 이야기를 풀어놓은 말랑말랑한 평전이 아니다. 책은 1960년대 밥 딜런의 활동을 추적, 시학과 대중예술 미학을 바탕으로 그의 노래 세계를 분석한다.

저자는 밥 딜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중가수인 딜런을 예술가로, 또 시인(이미 음유시인으로 불리고 있지만)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나열하는 책은 학술서에 가깝다. 포크 음악이 저항의 상징이었던 1960년대 초, ‘민권운동의 상징’ ‘젊은 세대의 대변자’ 등으로 불렸던 딜런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면 첫 장부터 넘겨도 무방하다. 아니라면 책 말미 13페이지에 이르는 ‘밥 딜런 약사’부터 읽기를 권한다. 그러나 딜런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는 대중가수며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부른 사실조차 모른다면, 따라가기 버거울 수도.

책은 딜런의 노래 가사가 지닌 시적인 힘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과연 그의 노래를 시로 불러도 되는지 말이다. 흥미로운 건 유대인 중산층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부터, 포크 부흥운동의 별이라는 칭송까지 외부의 시선과 규정을 몹시 꺼렸던 딜런이 유일하게 거부하지 않은 게 바로 이 ‘시인’이라는 호칭이다. “시인이란 자신을 시인이라 부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나는 시인이라고 말해 보고 싶어요. (중략) 시인이 되려면 반드시 종이 위에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에요.”(42쪽) 이 문장에서 딜런은 이미 자신을 ‘시인’으로 판단하는 데 있어 쟁점이 되는 지점을 짚고 있다. 저자는 그 쟁점(노래가 과연 시가 될 수 있는가)에 관해 “딜런의 노래에는 ‘듣는 시’로서의 노래와 ‘보고 읽는 시’로서의 가사가 병존하고 있다”고 정리한다.

책은 딜런의 저항성을 탐구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민권운동의 송가가 된 ‘바람만이 아는 대답’ ‘걸어가다 죽게 해 주오’ ‘전쟁의 명수들’ 등의 노랫말을 살펴본다. 그러나 포크가 1960년대 중반 록 음악에 자리를 내어주던 시기, 딜런도 경로를 바꾼다. 록 음악으로의 전향. 팬들은 “상업적이다”고 딜런을 비판했지만, 그의 가사는 이미 사회적 쟁점에서 실존적인 질문으로 바뀌고 있었다. 책은 이에 대해 “민중의 음악도 대량문화도 아닌 대중음악으로 가는 새로운 길이었다”고 평가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