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1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벤션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1만1000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AFP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7일 아칸소주 핫스프링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 대선 ‘제3의 인물’ 돌풍… 왜 ?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미국 언론들은 2016년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클린턴 가문과 부시 가문 간의 대결 구도를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계에서는 제3의 인물들이 선전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공화당 후보로 나선 ‘막말 제조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강한 진보성향의 ‘다크호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트럼프와 샌더스 돌풍의 실체는 무엇이며 이들의 선전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내년 미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20명 중 최고령인 버니 샌더스(73)는 유력한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의 돌풍은 획기적인 정책으로 중산층을 위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데 비하면 샌더스의 지지율은 클린턴 전 장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의 공동설문조사 결과 샌더스는 16%를 얻어 68%의 클린턴 전 장관에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두 달 전 6%에 불과했던 그의 지지율을 고려했을 때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또한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 미만으로 좁힌 점은 더욱 고무적이다.
대중 집회에 몰려드는 지지자 수는 샌더스 돌풍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샌더스가 지난 1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약 1만1000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이에 앞서 1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는 1만 명이 운집했고, 6일 메인주 포틀랜드에서도 7500명이 몰려들어 꾸준한 군중 몰이를 하고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최다 동원 청중 기록 5500명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3000명을 고려하면 샌더스의 기록은 더욱 빛난다.
샌더스의 후원금 모금 형태가 오바마 대통령과 닮았다는 점도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하는 부분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샌더스는 지난 4월 공식 출마 선언 이후 두 달 동안 1500만 달러(약 168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같은 기간 클린턴의 4500만 달러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후원자 40여만 명 중 99%가 250달러 이하 소액 후원자다.
샌더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는 미국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WP 등 유력 언론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샌더스는 중산층과 빈곤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대형 은행 해체와 조세제도 개혁 등을 통해 극소수 재벌에 편중돼 있는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공립대학의 등록금 폐지, 학생 부채 삭감, 일자리 창출을 위한 1조 달러 규모의 공공투자사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WP는 “히스패닉계 이민자 인구의 증가, 기독교의 영향력 쇠퇴, 공화당 내 우파인 티파티의 득세에 대한 반발 등으로 촉발된 미국민들의 진보화가 샌더스 지지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남자를 뽑는다면 단연 백발의 ‘막말 제조기’ 도널드 트럼프(69)다. 그의 화난 듯한 얼굴, 강력한 발언들이 방송과 신문을 도배하고 있고 지지도는 연일 치솟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고공 비행을 하고 있는 트럼프의 인기 비결을 ‘보수층의 분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쉴 틈 없이 터지는 막말과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의 막말은 16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서 ‘성폭행범’, ‘살인범’, ‘마약운반자’ 등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어 국경에 방어벽을 쌓아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18일 미국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는 같은 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그는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라 불린다”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며 매케인을 조롱했다. 20일 매케인 측근인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위원이 자신을 ‘멍청이(Jackass)’라고 표현하자 다음날 그레이엄을 ‘바보(idiot)’라고 부르며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그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신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이 트럼프를 맹비난했지만, 오히려 그의 인기는 높아졌다. 지난 21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는 24%의 지지를 얻어 2위 스콧 워커(13%) 위스콘신 주지사를 두 자릿수 차로 앞섰고, 1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유력 대선 후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게는 두 배 차이로 앞섰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USA투데이와 서포크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17%를 얻어 부시 전 주지사(14%)를 따돌리는 등 최근 각종 조사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진 데는 보수주의자들의 분노가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트럼프의 주장은 자신의 경제 상황, 불법 이민자, 그리고 미국의 추락하는 국제적 위상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 역시 “분노의 보수층이 미국의 자유를 위해 강한 펀치를 쏟아내는 트럼프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여러 방법으로 주목을 받더라도 결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택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설문에서 미국 유권자 중 트럼프를 ‘진지한 후보’로 생각한다는 의견은 25%로 ‘진지하지 않다’는 의견 74%보다 크게 낮았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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