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퇴로로 몰리는 행복주택…대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사업인 ‘행복주택’이 결국 퇴로 찾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도심 행복주택 시범 사업의 상징인 서울 양천구 목동지구(1300가구) 사업 취소 절차(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 해제 담은 관보 27일 고시)를 밟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일부 지구는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지만 주거여건이 좋은 도심 지역들인 목동에 이어 송파(600가구), 잠실(750가구) 등도 취소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거여건이 뛰어난 행복주택 건립은 물 건너가게 되지요. 주거여건이 별로인 외곽에 행복주택을 지어보았자 기존 임대주택과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죠. 어쩌면 ‘행복주택’이라는 말이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처럼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초기 ‘도심 무주택자를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기치로 등장한 행복주택은 서민과 젊은 층의 귀를 솔깃하게 한 정책이었죠. 특히 이른바 반값 보금자리주택에 실망한 서민들의 기대가 쏠렸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실적주의가 화근이 됐지요. 단기간에 물량 위주로 공급을 추진하다 보니 주민 반발 등 ‘사회적 갈등’을 등한시한 것입니다.

2013년 말 국토교통부가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 등을 발표하자 주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후 공청회 파행과 소송으로 이어졌지요. 특히 목동의 경우 정부가 건립 가구 수를 축소하는 등 ‘절충안’을 내놨지만 이미 돌아선 주민 여론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고, 국토부는 행복주택 취소소송을 낸 양천구에 1, 2심에서 이기고도 ‘주민 여론’에 지면서 사업을 접게 됐습니다. 전시행정, 탁상행정이 가져온 예고된 참사지요.

목동 행복주택 건립 무산은 도심 행복주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서민과 젊은 층들의 주거안정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자체와 주민 반발에 의한 행복주택 건립 취소의 선례로 남아 앞으로 도심 주거환경이 좋은 지역에 임대주택을 짓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지요. 이런 점만 보아도 지자체·주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서둘러 정책을 추진한 당국은 자성해야 합니다.

서민과 젊은 층들이 정부의 행복주택 건립 정책을 믿고 입주 희망에 부풀어 있는 사이 전·월세가와 집값은 급등했습니다. 양질의 임대주택 부족은 앞으로도 전·월세가 상승으로 이어져 무주택 서민과 젊은 층의 주거 안정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국토부는 지자체 협의와 주민 여론 수렴을 통해 주거여건이 좋은 도심을 중심으로 새로운 행복주택 지구를 발굴하거나 20가구 내외로 짓는 소규모 행복주택 건립을 적극 지원하는 등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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