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대상은 對共용의자…정황 공개하면 생명 위태”

“대북공작원·조력자 노출
해킹 네트워크 무력화돼
정보라인 무너지는 결과”
정부 고위 관계자 밝혀

정부 고위관계자는 27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 “자살 직원이 삭제한 해킹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100% 복구한 결과 해킹 대상은 모두 대공 용의자로 드러났다”고 밝힌 뒤 “해킹 정황이 추상적으로라도 외부에 알려지면 상당수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인사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정원의 해킹 대상 명단에 대북 용의자는 물론 공작원(Agent)이나 조력자(Black agent)까지 포함돼 있을 경우, 이들의 신원이나 활동 내역 등이 노출돼 자칫 대북 정보라인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보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국가안보 및 테러 방지를 위한 정보전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비밀 첩보 활동이 전개된다. 우선 해킹 프로그램을 심은 휴대전화를 공작원 및 조력자에게 전달하고, 이들이 휴대전화로 촬영 및 기록한 정보를 활용한다. 다양한 조력자에게 스파이웨어가 숨겨진 휴대전화를 선물해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또 요원이나 조력자 등이 국외 테러집단 등에 인질로 잡혔을 경우 본국에서 그들의 휴대전화를 거꾸로 조작해 인질 현장 등의 동영상을 확보함으로써 구출작전 전개에도 활용하는 식이다. 이 같은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면, 해킹 관련 내용이 외부에 무분별하게 공개될 경우 정보활동망이 심대한 타격을 입고, 관련자들의 신변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 고위관계자가 국정원이 해킹 전모를 보고하는 데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반드시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정보위 보고를 통해 민간인 사찰 의혹은 충분히 해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와 별개로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해킹 프로그램 사용 내역이 전면 공개되면 그동안 구축했던 해킹 네트워크가 무력화되고 진행 중이던 대북 정보활동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에는 해킹 대상자 명단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복구된 내용을 보면 야당도 내국인 사찰도 없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정보위에서 공개했던 수십 개의 해킹 휴대전화 IP 목록 외에도 해킹 대상자의 국적과 혐의점 등을 추가로 공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IP가 해킹당한 정황을 근거로 민간인 사찰이 의심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국정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2개 국내 IP는 연구용”이라며 사찰과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선진 해킹 기술에 대한 대응 방안 연구 차원에서 국정원 소유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었고 이 과정에서 국내 IP가 검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외국 국적의 대북 용의자가 한국에 들어왔다 나가는 경우 국내 IP를 사용했다면 국정원이 이를 해킹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문제의 프로그램이 대북 정보용으로 활용됐다는 것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