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定數 늘리지 말고 줄이라는 게 국민 뜻이다

아무리 민심(民心)에 둔감하다고 하지만 제1 야당이 이렇게 국민과 동떨어진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당내 혁신을 하라고 만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6일 난데없이 국회의원 정수(定數)를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원내 사령탑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세비(歲費) 50% 삭감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정수를 390명으로 확대하는 안을 냈다. 민의(民意)를 감안하면 대폭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더 늘려야 한다는 야당 발상은 어이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선거구 개편 논의가 불가피해졌지만 이 틈을 악용해 여야가 의석수를 늘리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제19대 국회는 역대 국회와 비교해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기관·단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입법부는 조사 대상 13개 중 최하위의 신뢰도를 기록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17.4%에 그쳤다. ‘적정한 국회의원 수’를 묻는 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71.6%가 300명 이하라고 답해 현재 300명보다 의석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의원들은 연간 1억4000여 만 원의 세비에 200가지에 가까운 각종 특혜, 9명 보좌진(연 4억 원 인건비)을 거느리고 있다. 국회의원 1명을 대표하는 국민의 수도 16만 명으로 일본의 26만 명, 미국의 70만 명에 비하면 의원 수가 월등히 많다. 이같은 특혜를 받으면서도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에 기대어 무소불위의 ‘제왕적 야당’ 권한을 향유하고 있다. 상임위를 5개월간 공전시키는가 하면 정부가 요청한 경제활성화 법안도 3년째 뭉개고 있으면서 국정을 건건이 발목 잡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읽고 있다면 새정치연합은 의원 정수 확대안을 이제라도 접는 게 옳다. 지금 당장 새정치연합에 시급한 현안은 의원 정수 늘리기가 아닌 당내 변화와 혁신이다. 정치꼼수 부릴 생각 말고 혁신이나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