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사랑과 우정의 고차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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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간의 우정은 가능한 것일까? 진부하고 상투적인 문제지만,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렵다. 동성과 달리 이성 간의 우정은 언제든지 사랑으로 전이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니지만 우정이라 말하기 애매한 감정을 표현한,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이라는 노랫말이 유행했던 것도 그래서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랑이 설렘과 떨림을 동반하는 감정이라면, 우정은 믿음과 친근함에서 비롯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라는 노랫말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발생하는 관계의 혼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한 SBS 주말특별기획 ‘너를 사랑한 시간’은 인생의 절반을 친구 사이로 지내던 청춘남녀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그려 나가는 로맨스다. 34세 동갑내기 청춘남녀의 사랑과 우정은 사실 별로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움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고등학교 동창으로 17년을 친구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와 최원(이진욱)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할 것이다.

슈즈 마케팅 팀장 오하나와 항공사 스튜어드 최원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난 단짝이었다. 두 사람은 “하나 플러스 원”이라 불릴 정도로 붙어 다니는 사이였지만,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렇게 17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들은 우정의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성 친구에 대한 감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최원은 오하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절대 사랑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하나에게 쓰라린 실연의 상처를 안기고 떠났던 옛 연인 차서후(윤균상)가 다시 돌아오면서 최원은 비로소 오하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우정이 아니라 사랑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한다.

5년 만에 나타나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차서후 때문에 오하나가 또다시 상처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최원의 행동은 우정을 넘어선 감정에서 비롯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원은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사무장 승진이 전제된 해외 연수의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을 고백하지만 오하나는 차서후를 선택한다. 실연의 깊은 상처만큼 여전히 차서후를 사랑하는 오하나에게 최원은 “또 다른 선택”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달간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최원은 오하나에게 예전처럼 허물없는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랑으로 넘어갔던 감정은 좀처럼 우정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사랑과 우정의 고차방정식을 다시 풀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오하나와 최원이 함께 보낸 17년의 시간 동안 축적된 우정이 사랑으로 전이됐지만, 차서후라는 걸림돌이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34세의 현재를 기준으로 두 사람이 우정 이상의 감정을 쌓아 왔던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을 교차시키는 장면 연출에서 해피엔딩의 단초를 엿볼 수는 있지만, 그것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