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혜원여중의 넷볼 클럽 여학생들이 지난 23일 연습경기에서 공을 잡기 위해 림을 주시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혜원여중 넷볼 클럽 여학생들이 지난 23일 학교 체육관에서 연습경기에 앞서 한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선규 기자
⑥ 서울 혜원여중 넷볼클럽
“농구의 거친 몸싸움이 부담스럽다면…, 넷볼이 어떨까요.” 지난 2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자리 잡은 혜원여중 실내체육관. 20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노랑, 분홍, 초록의 유니폼을 입은 여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수업을 마치고 온 것처럼 발걸음을 체육관 안으로 옮기더니 한태희(51) 지도강사의 구령에 맞춰 훈련에 들어갔다.
유니폼을 입은 31명의 여학생들은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된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의 ‘여학생 특화 프로그램’ 넷볼 클럽의 멤버들이다. 유니폼 위에 영문 머리글자가 들어간 조끼를 나눠 입고 공을 따라 뛰어다니며 땀을 흘렸다.
넷볼은 아직은 낯선 스포츠. 농구와 비슷한 구기운동이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 출전 선수는 7명으로 농구(5명)보다 많고, 농구처럼 패스하고 슛을 하지만 몸싸움이 허용되지 않는다. 공격하는 팀이 리바운드로 공을 잡으면 수비하는 팀은 90㎝ 뒤로 물러나야 하는 ‘신사적인’ 운동이다.
또 GA(골 어택), GS(골 슈터), WD(윙 디펜스), C(센터) 등으로 나뉜 포지션을 철저히 지킨다. 지정된 구역을 침범할 수 없고 슈팅에 의한 득점은 GA와 GS만 가능하다. 림을 향해 슛을 하는 건 농구와 같지만 림 뒤에는 백보드가 없다. 공도 농구공보다 부드럽고 작다. 과격하지 않기에 몸싸움을 꺼리는 여학생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다.
넷볼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10년 정도 됐다. 그러나 학교 스포츠클럽 종목으로 채택돼 학생들이 즐기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사단법인 대한넷볼협회는 지난해에 출범했으나 아직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자격을 얻지 못했다.
혜원여중은 국체회의 지원을 받기 훨씬 전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방과 후 넷볼 클럽을 운영해왔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희망자를 대상으로 1주일에 3차례씩 모여 땀을 흘렸다. 그 덕분에 혜원여중 넷볼 클럽은 지난해 열렸던 제1회 전국넷볼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기량이 향상됐다.
오는 30~31일 열리는 제2회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금의 팀워크와 개인기라면 2연패를 기대해볼 만하다. 다른 학교보다 클럽 가입 여학생이 많고 수준도 월등하기에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이기고 11월에 열리는 종목별 전국학교스포츠클럽에서도 우승하는 게 최종 목표다.
농구의 가드 격에 해당하는 센터를 맡은 3학년 김지희(15) 양은 “1학년 때부터 넷볼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뛰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센터는 슈팅을 못 하지만 내가 맡은 포지션을 잘 수행해 팀 성적에 도움이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생들이 안정적인 실력을 쌓게 된 데에는 최종윤(48) 체육교사의 힘이 컸다. 최근엔 국체회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저런 지원을 받고 있으나 이전까지는 최 교사가 혼자서 맨몸으로 넷볼 클럽을 꾸려왔다. 최 교사는 지난해 설립된 대한넷볼협회의 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최 교사는 “넷볼은 여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인 스포츠다. 농구처럼 역동적이지만 스킨십이 제한돼 부상의 우려가 적고 안전하다”면서 “이렇게 여름방학 중에도 자발적으로 나와서 운동을 할 만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 교사에 따르면 넷볼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선 학원 스포츠 수준이지만 영연방에 속한 국가들에겐 인기 스포츠 중의 하나다. 영연방 국가들이 참여하는 스포츠 축제인 코먼웰스의 정식 종목이다.
넷볼 클럽의 주장인 3학년 신민경(15) 양은 “좀처럼 다치는 일이 없는데 얼마 전 넘어지면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이렇게 보조기를 차고 다니고 있다”며 “마음 같아선 같이 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 그래도 주장이기에 모임이 있는 날엔 꼭 나와 친구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신 양은 “넷볼을 하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공부에도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3학년 언니들보다 한 뼘이나 키가 큰 1학년 김상은(13) 양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중학교 때는 좀 통통했었는데 넷볼을 한 이후 한 달여 사이에 4㎏이나 살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넷볼 프로그램은 국민생활체육전국농구연합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아직 넷볼 지도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농구연합회의 김무순(27) 과장은 “농구·넷볼을 하겠다며 프로그램에 신청한 115개의 학교 중 상당수가 농구보다 넷볼을 선택해 놀랐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넷볼 지도자 과정이 완료되면 더 많은 넷볼 클럽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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