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개 IP 해킹 싸고 국정원-野 또 공방 “자체 실험용” vs “직원 감찰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공방’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왼쪽)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회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의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관련 공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국내 통신업체의 휴대전화 IP를 해킹한 것과 관련, “실험용”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찰에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29일 또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여당과 국정원이 이에 대해 “실험용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재반박하면서 공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SK텔레콤 등 국내 5개 IP 해킹은 “국정원 자체 실험용”이라고 해명했다. 해킹 프로그램의 작동 여부 테스트 및 대응 방법 연구 차원에서 국정원 소유의 휴대전화에 프로그램을 심었다는 설명이다.

자살한 임모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51건의 자료 중 31건에 대해 “국내 실험용”이라고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실험용으로 해킹했다고 밝힌 휴대전화가 국정원 소유의 것인지 불확실한 데다가, 휴대전화 소지자가 국정원 직원 개인이고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됐다면 ‘직원 감찰용’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로그램 테스트라는 명분으로 내부 직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해킹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SK텔레콤 회선의 통신사 가입명이 국정원의 위장 명칭인 ‘○○○컨설팅’이라고 반박했다. 휴대전화 가입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 자체가 개인이 아니라 직원 감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컨설팅 업체의 주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돼 있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SK텔레콤에 해당 휴대전화 사용 기록 및 접속 IP 주소 등을 요청한 결과 이 같은 자료를 받았다면서 “국정원 폰에 실험을 한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야당 측에서 이를 믿을 수 없다고 제기해 증거로 가입자를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이 SK텔레콤의 IP를 해킹하면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과 주고받은 이메일에 “실험용(test)”이 아닌 “실제 타깃(real targe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원은 해킹팀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웹페이지 등을 활용해 해킹용 미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미 국정원이 관련 사실을 비공개 정보위에서 해명한 것으로 안다”며 “국정원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해킹팀이 탐탁지 않아 해 ‘실제 타깃’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해 프로그램 테스트를 한다고 생각한 해킹팀이 국정원의 프로그램 구매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 이를 달가워하지 않자 “실제 타깃”에 대한 해킹 시도처럼 위장했다는 의미다. 국정원과 해킹팀 간의 거래를 중개한 나나테크의 허손구 대표도 이달 초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킹팀으로부터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청과 접촉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 메일을 보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