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격호 건강’에 달렸다

창업주 앞세운 분쟁 부추겨
일각선 건강 이상설도 제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94세의 고령인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서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신 총괄 회장의 건강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롯데그룹 측도 신 전 부회장이 연로한 부친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에서 올 1월 사이 일본 롯데 경영에서 배제된 이후 줄곧 한국을 방문해 신 총괄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2월 신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 롯데상사 부회장 등의 직위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이번에는 7개월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보고를 들어간 사장에게 크게 화를 내다가도 잠시 후 그 사장이 다시 방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신 전 부회장이 재기를 위해 고령으로 ‘총기’가 흐려진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판단이다. 롯데그룹도 28일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친족들이 고령인 신 총괄회장을 무리하게 일본으로 모시고 가서 일방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을 발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연결된 ‘판단력’도 앞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