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마루… 결코 깃발 흔들기 따위는 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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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쌀·태양의 시편 3부 구성
각자 모국어로 써 他 언어 번역
영어 포함해서 4개 국어로 간행

‘히노마루(日の丸·일장기)… 결코 깃발 흔들기 따위는 하지 않으리.’

2차 세계 대전 종전 70년을 맞아 한·중·일 정부 사이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 등에 대한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들 3국의 시인들은 서로의 언어를 엮어 교감과 융화를 상징하는 연시(連詩)를 탄생시켰다.

30일 교도(共同)통신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의 긴장감을 높이려는 한·중·일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길거리에서 각국 간의 혐오감을 부채질하는 말들을 다의적인 시(詩)의 언어로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시인 4명이 연시 36편을 완성했다. 교도통신은 “이들은 시어를 통해 인간 정신의 교감과 융화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연시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의 김혜순 시인과 일본의 다니카와 ？타로(谷川俊太郞) 시인과 독일에 살고 있는 요쓰모토 야스히로(四元康祐) 시인, 미국에 살고 있는 중국의 밍디(明迪) 시인 등이다.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를 의식해 오는 8월 14일과 15일에 오사카(大阪)와 도쿄(東京)에서 시 낭송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네 명의 시인은 릴레이 방식으로 5행과 3행의 시를 교차로 ‘바다의 시편(海の卷)’ ‘쌀의 시편(米の卷)’ ‘태양의 시편(太陽の卷)’의 3부로 구성된 36편을 완성했다. 각자의 모국어로 쓴 시를 일단 ‘영어 번역판’으로 만든 다음 다른 두 언어로 각각 번역했다.

각자의 배경과 언어를 바탕으로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태양의 시편’의 앞머리를 맡은 다니카와 시인은 “일본에서는 국기(國旗)를 히노마루라고 부른다. 백지 위에 진홍색 원만으로 굿 디자인”이라는 서문으로 시작해 “결코 깃발 흔들기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고 맺었다. 군국주의에 대한 거부를 표명하고 있지만, 김 시인은 “히노마루를 찬미한다고 오해하는 한국의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에 이번 기획을 제안한 요쓰모토 시인 등 일본 측은 시의 느낌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참뜻을 전할 수 있도록 번역을 거듭하는 등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요쓰모토 시인은 “이 문제를 전환의 계기로 해서 우리 넷은 서로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며 “다언어로 된 연시의 묘미를 맛봤다”고 말했다.

한·중·일 시인들의 이번 연시는 일본 출판사 베가본드·프레스가 ‘3개국어 연시’란 제목으로 이달 간행하며, 영어를 포함한 4개국어로 번역·표기된다. 또 일본의 잡지 ‘현대시수첩(現代詩手帖)’ 9월호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