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두 형제 4대 진실공방… 신격호 회장 건강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경영 ‘빨간불’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인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건물이 뿌연 연무에 휩싸여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신동주 “中 손실 아버지 몰랐다” vs 신동빈 “허위보고 주장 사실 아냐”

롯데그룹 ‘형제의 난’의 당사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진실공방’이 갈수록 가열하고 있다.

31일 롯데그룹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마음을 바꾼 배경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가 지난 5월부터 장남 편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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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부회장은 국내외 언론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신 회장이 중국에서 큰 손해(1조 원 추정)를 봤고, 한·일 롯데를 모두 경영한다는 사실을 (총괄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야 이를 알게 된 아버지가 18일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신 회장 포함)의 해임 지시서를 공개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 작성된 이 지시서는 2장으로, 신 전 부회장 등 4명을 사장과 임원으로 임명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 측 주장은 전혀 다르다. 신 회장 측은 “중국 사업은 시작단계부터 총괄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추진한 것으로, 허위 보고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해외매출 30%가 중국이고 사업 초기 단계여서 아직 손익분기점에 미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 회장이 지난 27일 일본으로 직접 비행기를 타고 건너가 해임을 관철코자 한 신 총괄회장을 정말 ‘문전박대’했는지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만약 사실이라면 신 회장이 이미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전혀 수용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사무실로 가 지팡이로 15분간 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잠그고 대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사무실에 없었을 뿐”이라고 신 회장 측은 반박하고 있지만, 부친의 방문 사실을 알고 미리 자리를 피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지시문건에 대한 시각도 완전 딴판이다. 신 전 부회장은 “‘쿠데타’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으며, 아버지께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이사회 의결 등 상법상 절차가 필요하며, 해임 지시서만으론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게 당연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한 양측의 설명 역시 엇갈린다. 신 회장 측은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면서 “신 전 부회장 측이 벽을 치고 부친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 총괄회장이 해임 지시를 내린 상대인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되레 일본말로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을 놓고 롯데그룹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은 매일 만나는 비서에게도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면서 “가끔 잊어버리는 일은 있어도 판단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