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측 신영자·신동인 vs 신동빈 측 쓰쿠다… 형제 뒤의 ‘조연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결 구도로 요약되는 롯데 경영권 분쟁 이면에는 비주류로 전락한 가족들의 ‘규합’이 기본 배경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6촌 형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이 신 총괄회장의 곁을 지키며 신 회장에게 맞서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등 경영권 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이사진의 힘으로 이에 대항하는 모양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발단에는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한·일 경영권이 모두 신 회장에게 집중되는 독주 체제가 형성되자 신 이사장 등 나머지 가족들의 위기의식이 한데로 모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한 신 이사장은 한때 호텔롯데 부사장, 롯데백화점 부사장, 롯데쇼핑 사장 등을 맡았지만 2012년 롯데면세점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벗어난 상태였고,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등을 역임한 ‘전략통’ 신동인 직무대행 역시 최근에는 야구단 구단주 대행을 맡아 그룹 핵심에서 배제돼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 이사장 등 나머지 가족들이 신 전 부회장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신 총괄회장을 근접 보좌하고 있는 신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 편에 서자 ‘거사’가 수월해졌다는 해석이다.

가족 내 다툼에서 외형상 홀로 남은 신 회장은 그러나 쓰쿠다 사장이라는 든든한 우군의 지원을 얻고 있다. 2009년 당시 신격호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롯데홀딩스 사장에 오른 전문경영인 쓰쿠다 사장은 이사진을 규합해 지난 28일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 등에서 줄곧 신 회장을 도왔다. 신 회장 측은 쓰쿠다 사장과 지배구조의 상단에 자리한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있다면 경영권 사수에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