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걱정 많이 했는데 ‘연기 잘했다’는 말 들으니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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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차에 접어든 배우 엄정화(사진)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 그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혼합한 판타지 영화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에서 장르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어렵게 성장해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연우(엄정화)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저승으로 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성공만 바라보고 살아온 연우는 저승 문턱에서 만난 저승사자(김상호)로부터 “한 달간 다른 사람으로 살면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한다. 다시 눈을 뜬 연우는 자신이 구청 공무원인 성환(송승헌)과 사춘기의 딸(서신애), 유치원생 아들을 둔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우는 새로운 삶에 당황하며 거부감을 나타내지만 어느새 그들에게 녹아들며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이 영화는 초반에는 큰 웃음을 전하다 중반 이후 절절한 드라마를 펼치고, 마지막 반전으로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런 구조는 주연 배우가 흐름을 못 잡고 헤매면 어색한 신파로 빠지게 되고, 결국 관객에게 전할 메시지가 허공에 흩어져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엄정화는 캐릭터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적절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의 틀을 잡아준다.

그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자 그는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정말 의외예요. 그냥 작은 영화를 찍으며 ‘제발 내 존재감이 보였으면 좋겠다’ 정도의 기대를 했는데 제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많이 놀랐어요. 대작들 사이에서 개봉하게 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눈물이 나려고 해요.”

그는 앞뒤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반해서 출연을 결정했지만 혼자 이끌어가야 하는 이야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왔어요. 특히 처음에는 차가운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부에는 따뜻한 캐릭터로 변신해야 해서 힘들었어요. 1인 2역 같은 연기를 하며 톤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했는데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서 정말 기뻐요.”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그는 충무로에서 여배우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잖아요. 있어도 한정적인 역할이고요.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끌렸어요. 많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가족의 이야기를 훈훈하게 풀어내고 싶었어요. 이 영화를 하며 ‘나도 가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까요.”(웃음)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