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명 기업으로 거듭나야>‘롯데 때문에…’ 속앓이 하는 재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확산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재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전근대적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사태로 인해 재계가 그동안 노력해 왔던 순환출자 해소나 경영 투명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대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복합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계열사나 지분 매각 등의 어려운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400여 개가 넘는 복잡한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를 보유,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를 해소하지 않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분 0.05%를 갖고 자산 93조 원이 넘는 80개 계열사를 통제하는 이런 구조는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에게 “이게 과연 현대사회 기업의 지배구조가 맞는가”라는 의심을 갖게 할 정도다. 80조 원이 넘는 매출과 23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둔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지배구조 시스템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 단체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국민들이 오랫동안 바라봤던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다시 들춰지는 기분”이라며 “그동안 대기업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임원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가 매진해야 하는 시점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롯데그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