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게 아닌데 … ‘Resting Bitch Face’ 오해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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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이완돼 멍해질때 나오는 RBF 표정, 美서 신조어 부상

안나 켄드릭·재뉴어리 존스… 대부분 女설레브리티 거론돼

NYT “여성비하적 의미 내포… 男표정 평가하는 일은 드물어”

“인스타그램에 저의 ‘욕하는 것 같은 표정(Resting Bitch Face, 이하 RBF)’을 고쳐주는 기능은 없나요?”

뮤지컬 영화 ‘피치퍼펙트’로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나 켄드릭(여·30·사진)이 지난 5월 ‘레이트 레이트 쇼’라는 미 C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무뚝뚝한 얼굴 표정, 이른바 RBF 논란에 대해 이같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RBF란 긴장이 이완되면서 멍하거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 짓는 표정이 짜증이 난 듯 보이거나 무표정처럼 비추어지는 경우를 일컫는 미국 온라인상 신조어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NYT)는 영화 ‘엑스맨’의 주연 배우 재뉴어리 존스(여·37)가 7월 14일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찍힌 뚱한 표정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RBF 표정으로 유명한 설레브리티들을 거론하고 성차별적 의미가 담긴 단어의 이면에 대해 파헤쳤다.

대표적인 RBF 인사로는 켄드릭 외에도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인 빅토리아 베컴 등이 있으며, 대부분 여성들이라고 NYT는 강조했다.

RBF는 2009년 한 네티즌이 미국 인터넷 은어 사전인 어반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 등록한 단어로, 2013년에는 글로벌 동영상 채널 유튜브를 통해 RBF 방지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NYT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다수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RBF는 최대 화두가 됐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상사나 주변 동료에게 ‘불만 있냐’는 말을 자주 들어 고민”이라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찡그린 채 굳어진 얼굴상(permafrowns)’을 손보기 위해 병원 상담센터를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은어 속에 여성 비하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점을 NYT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대인 스미스칼리지의 리더십컨설턴트 레이철 시몬스는 “남자가 고집스럽거나 심술이 난 것처럼 보이면 (남자는 원래 심각하고 생각에 잠기는 인물이라) 당연하다고 여긴다”면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얼굴에 나타난 침울함을 판단하려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늘 웃고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하에 RBF는 웃지 않는 여성에 대한 일종의 억압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대표적인 남성 RBF 설레브리티로는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가끔 언급될 정도로 대중이나 매체가 남성의 표정을 평가하는 일은 드물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