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9.20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07일(金)
韓, 완만한 곡선 ‘유연한 사고’… 中, 과장된 곡선 ‘관계 의존적’… 日, 간결한 직선 ‘개인주의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중일의 미의식 / 지상현 지음 / 아트북스

청나라 때 장인이 3대에 걸쳐 만들었다는 ‘상아투화운룡문투구’를 사진으로나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려한 용무늬가 새겨진 상아로 만든 이 공은 17개의 공이 층을 이루는 다층구(多層球)로 현대 장비를 이용해도 흉내 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대개 우리는 거기서 아름다움보다 그 강박적 집념에 ‘경악’한다. 일본의 가무극인 ‘노(能)’나 전통연극 ‘가부키(歌舞伎)’의 단순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의상, 혹은 일본의 옛 그림이나 만화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징그러운 ‘요괴’를 보면 우리는 아름다움이나 재미보다 ‘엽기’의 느낌을 가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정서적 거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한(韓)·중(中)·일(日)은 유교와 불교 등 공통문화가 지배적으로 비중이 높지만, 심성이나 문화적 차이도 못지 않게 크다. 이를 분석한 저술들은 적지 않게 나왔다. 이 책은 저자가 미술을 전공한 심리학자로 이 두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를 해왔다는 점에서 기존 저술들과 차이를 기대하게 한다. 각종 심리학 이론을 삼국(三國)의 기저(基底)문화에 적용해 어디서 차이가 만들어졌는지를 찾아간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서 기저문화는 주로 건축과 미술 등의 ‘옛 미술양식’이다. 이것들은 현대 미술처럼 특정 사조에 흔들리지 않았고, 식자층이 향유했던 문학이나 궁중음악이 주류였던 음악처럼 지배이데올로기가 배어있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문화적 화석’이라 부르는 옛 미술양식을 곡선성, 색의 대비, 복잡도 등 미술적 양식 및 ‘강박’ ‘해학’을 비롯한 심리적 양식 등 7개의 양식으로 접근해 풀어간다. 이를 통해 3국의 심성의 차이를 조망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곡선을 보자. 우리의 경우 옛 미술이나 의상 등 곳곳에서 유려한 곡선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우리의 특성인 줄 알았던 곡선성이 중국에선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자주 보았겠지만, 중국 건축의 처마 끝은 거의 원에 가깝게 휘어 올라가 있다.(가운데 사진·중국 해녕해신묘전) 물론 거대 중국에 직선적 양식도 있지만, 소위 중원이라 불렸던 한족(漢族) 주류 문화가 그렇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곡선은 느슨하며, 한국적 아름다움의 핵심은 사뿐히 접어 올라간 버선코처럼 완만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왼쪽·경복궁 근정전)

일본은 한마디로 직선이다. 일본은 처마뿐 아니라 각종 목재 부재들도 대부분 직육면체이고 간결하다.(오른쪽·일본 도다이지 금당)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직선이라기보다 간결성이고 규칙성이다. 이런 기하학적 비례에서 나오는 전체적 균제미(均齊美)는 ‘미니멀리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런 미적 원리는 아름다움의 문제도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지진 등 재난에 시달려온 일본은 무엇이든 통제하고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게 기준이 됐다. 아귀가 착착 맞는 직선이야말로 그런 것이다. 노나 가부키의 단순성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건축뿐 아니라 조각과 회화, 의상 등에서도 3국의 곡선성의 차이는 비슷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줄까. 미술 양식의 곡선성은 심미적으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곡선성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도의 지표다. 인간관계에서 타협과 양보를 중시하는 성질이 강하면 모가 난 형태보다는 둥근 형태를 좋아한다. 중국은 관시(關係) 문화가 지금도 자리 잡고 있지만, 동서양을 잇는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인종 속에서 관계 의존성이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곡선보다 직선을 중시해온 일본은 중국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그동안의 평가와 조응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그 중간쯤 된다.

또 하나, 각기 달랐던 어렵고 힘든 삶의 양상에 따라 문화도 차이를 갖게 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천재지변이 많았던 일본은 이를 정신적으로 소화하고 해소하기 위해 요괴라는 신비한 존재를 가정한다. 우리 입장에서 징그러워 보이는 요괴를 통해 천재지변의 원인을 거기에 돌려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심리적 거리두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천재지변보다는 지배층의 수탈과 전쟁 등 인재(人災)로 인한 고통이 많았다. 이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 바로 해학이었다. 봉산탈춤에 사용되는 탈들은 지배계층을 멍청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어 그 권위를 떨어뜨린다. 나라에서도 이런 공연을 용인해 비판과 풍자를 허용한 것은 민중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능을 무시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환경이지만 구체적인 것을 좋아하는 중국은 수호지로 대표되는 수많은 ‘협객’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백성들의 마음의 간극을 메웠다.

7개의 양식을 종합하자면, 중국은 관계 의존성이 매우 크고, 상형문자인 한자의 영향 탓에 구체적인 시각적 사고에 능하다. 미술도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며 명확한 것을 좋아하며, 자연스럽게 성정도 현실적이다. 극단적으로 정교한 공예품 등은 강박적인 성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은유와 해학을 좋아하고 사고의 유연성, 융통성이 큰 기질적 특성을 갖는다. 이런 성향은 상상력을 중시하는 21세기의 덕목이지만, 한편으로 논리적 절차를 무시하고 비약이 심하며 단순한 논리만 좋아해 다양한 가치나 관점을 갖기 어렵다. 이는 이념적 강박으로 이어져 사고의 유연성과 함께 갈등하는 양상으로 우리 문화가 전개돼 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 비해 개인주의적이며, 따지고 분석하면 세상을 잘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책은 수많은 예시와 도록,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저서들보다 한층 깊은 틀로 3국의 문화적 다양성과 심성의 차이를 보여준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 의사당서 나체사진 보다가 딱 걸린 의원… “함정이다”
▶ “뇌출혈 아들은 3차례 병가청원 묵살…고위직 아들이면 다..
▶ 秋아들 당직사병, 온라인서 인신공격 테러 당해
▶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이유…“춤과 접객원”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아파트 거래 최악인데… 전세도 매매..
트럼프 “틱톡-오라클 합의 승인하겠다..
“선원이 왜 모자라지?”…어선 냉동고..
의사당서 나체사진 보다가 딱 걸린 의..
topnew_title
topnews_photo 특고·프리랜서 지원금 24~29일 사이…소상공인은 28일돌봄지원금 추석전 대부분 지급…“문자 받고 즉시 신청해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mark“뇌출혈 아들은 3차례 병가청원 묵살…고위직 아들이면 다냐”
mark秋아들 당직사병, 온라인서 인신공격 테러 당해
“코로나 벌금 대신 낼 후원자 있어”…감리교 목사 ..
[속보]신규확진 82명, 38일만에 첫 두자릿수…수도..
‘헤이워드 복귀’ NBA 보스턴, 마이애미에 2패 뒤 첫..
line
special news 류현진, 5회 집중타에 2실점… 시즌 2패·팀 6연패
필라델피아전서 6이닝 2실점 QS…5회 허용한 5안타가 ‘옥에 티’팀을 연패 수렁에서 구출하라는 특명을 안..

line
경찰, 철원 통해 월북 시도한 탈북민 30대 남성 구..
“기업 10곳 중 6곳 추석 상여금 지급…작년보다 줄..
흉기에 찔리고도 “컵에 맞았다”며 계부 감싼 의붓딸
photo_news
김광현, 피츠버그전 5⅓이닝 4실점…패전은 모..
photo_news
제시·이근·박세리·광희, 유튜브에도 방송에도 ..
line
[M 인터뷰]
illust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방송..
[김선규의 사람풍경]
illust
슬픔 삼키며 불고 또 불고… 영혼 위로하는 색소폰
topnew_title
number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이유…“춤..
아파트 거래 최악인데… 전세도 매매도 가격..
트럼프 “틱톡-오라클 합의 승인하겠다…환상..
“선원이 왜 모자라지?”…어선 냉동고에 시신..
hot_photo
RBW, 콘텐츠 융합형 브랜딩 캠페..
hot_photo
딘딘 “2주 정도 사겼다” 폭로…조..
hot_photo
전직 모델 “트럼프가 혀를”… 또..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