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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07일(金)
연쇄테러… IS 참수… ‘일상화돼버린 惡’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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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대의 연쇄 살인범들. 왼쪽부터 제프리 다머, 테드 번디, 해럴드 시프먼. 다머는 1978년부터 1991년에 걸쳐 청소년 17명을 교살했고, 뛰어난 언변과 외모로 ‘연쇄 살인의 귀공자’로 불렸던 번디는 여성 30여 명을 살해했다. 영국 의사 시프먼은 수십 년간 약을 이용해 자신의 환자 수백 명을 살해했다. 돌베개 제공

잔혹함에 대하여-악에 대한 성찰 /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인류는 언제나 그것의 한가운데 있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열광 또는 무관심으로 서로에게 잔혹한 행위를 저질러왔다. 악을 생각하면 우리는 거대한 공포를 떠올린다. 홀로코스트, 스탈린 치하의 굴라크, 르완다의 강제수용소. 끔찍한 일은 더 작은 규모로도 일어난다. 영국과 중동에서는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번번이 일어난다. 미국의 학교나 일터에서 총격 사건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는 삶의 부분이자 매일 일어나는 살해, 강간, 고문 폭행의 배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책을 시작하는 첫 문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악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고 지금도 편재해 있다.’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온 만큼 신학을 필두로 철학, 사회심리학, 최근의 범죄학까지 여러 분야에서 악을 분석했고, 많은 작가는 이를 껴안고 답을 찾으려 했다.

캐나다 철학자 애덤 모턴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 명예 교수가 이 오랜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스스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우리 시대에 악이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하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극적으로 일상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9·11 이후 테러는 일상적 공포가 됐고, 미디어 발달로 전쟁은 생중계되고 이슬람국가(IS)의 참수 장면은 안방까지 치고 들어왔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각종 신종 범죄까지. 과거에 악이 특정 시기, 특정 이데올로기에 의해 추동되고, 혹은 단발 사건이었다면 지금은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당연히 정체를 알아야 하고, 넘어설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저자는 나치, 인종청소 같은 거대한 악부터 사소한 악까지, 독재 국가의 악부터 민주사회의 악까지, 권력자의 계획적 잔혹함부터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인 개인의 결과론적 죄까지, 희대의 연쇄 살인범부터 영화 속 악마적 주인공까지 살핀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독자들을 이 다양한 ‘악’과 대면시키며 ‘악’의 정체를 예리하게 다듬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제까지 신학과 철학에서는 악한 인간을 평범한 우리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 선험적 존재로 보면서, 악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한다.

여러 악을 두루 살피고 비교한 저자는 ‘악’을 이렇게 정의한다. ‘타인에게 죽음, 고통, 모욕을 가하는 잔혹성으로, 피해자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일부러 외면하는 특수한 고의성 아래 이뤄진 것이다.’ 인간에게는 선한 본성이든, 도덕적 이유든, 교육의 결과이든 잔혹한 행위를 피하려는 기제가 작동하는데 사람들이 이를 계획적 혹은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넘어설 때 악은 벌어진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여러 차원의 악 중에서 국가의 소시오패스화에 주목한다. 이는 국가에 의한 잔혹 행위라는 점에서는 나치즘이나 파시즘 같은 전체주의 체제에서 벌어졌던 악과 같은 차원에 있다.

하지만 전체주의 국가의 잔혹함이 이데올로기의 숭고함을 내세워 개인의 양심을 무기력화시킨 데 비해, 국가의 소시오패스와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하는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라는 점에서 더 은밀하고 더 심각하다. 예를 들면 부유한 국가가 빈곤한 이웃 국가의 참상을 무시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전혀 비난받을 여지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심각한 국가적 차원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악에 대한 가장 흔한 즉각적 반응은 분노, 증오 그리고 비난이다.

하지만 분노는 지속될 수 없고, 증오는 복수의 악순환을 낳는다. 비난은 악을 상대화시켜 자신도 악에 연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하게 한다. 이 같은 즉각적 반응을 넘어서기 위해 저자는 악에 대해 논의할 때 누구나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받아들이고, 악의 동기를 이해하고, 성찰을 통해 누구나 노출될 수 있는 악의 가능성으로부터 도덕적 관점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악에 대한 가장 근본적 대응은 고개 돌리지 않고 악과 마주하는 것, 진실에 대한 ‘대면’, 즉 진실 규명이다. 저자는 진실규명이야말로 악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 대응의 출발이라고 밝힌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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