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분단 70년>남북미중 ‘4者’… 담판 가능성 높아지지만 러·일 ‘반발’

개점휴업 6자회담… 대안 없나

7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6자회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6자회담은 지난 2003년 8월 27일 시작된 이래 현실적 다자 채널로 주목을 받았지만 7년째 공전하면서 생명력을 의심받고 있다. 2008년 12월 10일까지 6차에 걸쳐 회담이 진행되면서 가까스로 도출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10·3 합의’는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두 차례 추가 단행했고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했다. 핵 보유국임을 천명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나머지 5자 간의 입장도 미묘하게 엇갈리며 정리된 이해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보다 북한의 체제안정에,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미국은 중동문제에 치중하는 상황 속에서 미·일과 중·러 간 미묘한 신냉전 구도도 감지된다. 5개국은 북한의 각개격파 전략에 말려들기 일쑤였다. 6자회담이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지금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6자회담을 넘어 남·북·미, 한·미·중, 한·중·일 등과 같은 소(小)다자주의를 적극 활용하자는 방안에서부터 이란 핵협상과 유사하게 유럽연합(EU)을 끌어들이는 ‘6자+1’, 북한 체제 변화 시도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6자회담을 유지하면서도 소다자 회담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군사적 압력 못지않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경제제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서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중 3자(남·북·미) 혹은 4자(남·북·미·중) 형식의 회담이 주요하게 거론되는 배경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의 책임을 돌리면서도 관계 개선에 가장 주력하는 대상이 미국이라는 점에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라는 빗장만 열면 다른 한반도 문제에서도 자신이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북·미 양자 대화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자) 채널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국이 소수로 압축된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담판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10년 넘게 6자회담 틀 속에 포함돼 온 러시아와 일본을 배제하려 할 경우 이들 국가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은 “중국은 스스로 6자회담을 주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입장이 비슷한 러시아를 제외하려 할 경우 중국 입지를 약화하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6자회담의 판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한 이란 핵협상의 성공을 배경으로 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이란 핵협상과 북핵 해결 모멘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의 6자회담을 ‘6자회담+α’ 구조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참여국으로 EU를 꼽았다. 한인택 실장은 “EU는 이란 핵협상에 참여해 노하우를 쌓았으며, 공적개발자금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향후 북한을 지원해줄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북아 다자안보 및 경제협력 모델’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7월 정의화 국회의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로 기존 6자 회담국에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