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9.20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13일(木)
조선은 ‘유교적 민본주의’ 탓에 무너졌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근대 조선과 일본 / 조경달 지음, 최덕수 옮김 / 열린책들

조선정벌 / 이상각 지음 / 유리창


‘도쿄(東京) 시중에서는 집집마다 일장기를 걸었다. 니혼바시(日本橋) 인근 상가에서는 오후부터 휴업을 하는 곳이 많이 보였고, 축하주로 대접했다. 사람들은 오후부터 거리로 몰려나갔고 꽃으로 장식한 전차가 왕래하면서 악대의 피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떠들썩함 속에서 취기에 몸을 맡기며 만세로 환호하고, 여러 곳으로 몰려다녔다. 이러한 경축 풍경은 밤까지 이어져 니주바시(二重橋) 앞에서는 궁성을 참배하는 군중이 끊이지 않고 만세 소리를 외쳤다.’

한일병합조약이 공포된 1910년 8월 29일 일본 도쿄 시내 풍경의 기록이다. 통한의 근대 조선은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야 했을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으로 역사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다시 끌려가고 있는 광복 70주년, 조선 근대사 연구가인 재일사학자 조경달 지바(千葉)대 교수와 역사저술가 이상각은 이에 대한 대답을 다시 시도한다.

19세기 중반 대원군 집권기부터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날까지 반세기 역사를 착실하게 뒤쫓아가는 책 ‘근대 조선과 일본’에서 저자는 ‘근대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라는 질문을 ‘근대 조선은 왜 일본과 전혀 다른 길을 걸었나’로 바꿔 묻는다. ‘일본이 근대 서구와 접촉하며 비교적 원만하게 국민 국가로 전환한 것과 달리 조선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가?’이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조선은 일본과 다른 길에 들어서 식민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가장 큰 이유를 ‘유교적 민본주의’에서 찾았다.

조선은 정치 문화적으로 유교적 민본주의를 국가를 지배하는 원리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맹자의 사상에서 규범을 찾는 유교적 민본주의는 권력 주의적 패도를 배척하고 덕치주의 왕도를 지향하여 백성을 위한 정치를 주장했다. 나라보다 백성이 먼저였고 주자학에 기초한 인정(仁政) 이데올로기는 통치 원리 그 자체였다. 조선에서 유교적 민본주의를 고집한 것은 위정척사파만이 아니었다. 지배 계급은 물론이고, 근대화를 주장한 개화 사상가들도 유교적 민본주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민중도 이를 마음속 깊이 내면화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민란과 농민 전쟁, 의병 지도자들도 다름 아닌 ‘일군만민(一君萬民)’ 사상을 봉기의 명분으로 내세웠을 정도였다.

근세 일본에서도 유교적 정치 문화가 존재했지만 막부 체제의 최대 기반은 무위(武威)였다. 유학자의 사회적 지위는 낮았고, 지켜야 할 ‘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이 ‘서구의 충격’에 저항하기 위해 내세운 것은 ‘도’가 아니라 ‘국체(國體)’였다. 국학자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도’ 위에 ‘나라’를 위치하게 한 ‘국체 사상’을 내걸었고, 이는 결국 근대 일본의 국가 원리로 확립됐다. 일본에서 유교는 국체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통치 원리가 될 수 없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가는 절대화됐고 서구에 대한 항전이 국가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다고 인식한 일본인들은 국가의 존립과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아무런 저항 없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다. 반면 조선에서는 유교적 민본주의를 절대적으로 수호했고, 이는 서구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왕조가 존귀한 것은 ‘도’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실천을 포기하면 왕조도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국가가 멸망하더라도 도에 따라 죽는 것이야말로 인륜의 올바른 행위로 생각했기에 개항을 요구하는 서양에 대한 항전은 유교 질서의 보존을 위한 필연적인 수순이 됐다.

이상각의 ‘조선정벌’은 조선 정벌을 기획한 정한론자들, 그것을 실행한 침략자들, 이들과 함께 공존했던 양심적 지식인까지 조선의 망국과 병탄 시기에 활약했던 19명의 일본인의 실체를 추적하며 조선이 무너진 이유를 탐구한다. 이들 19명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메이지(明治) 일왕에서 시작해, 존왕양이와 정한론을 주장했던 국학자 요시다 쇼인, 정한론을 평생 신조로 삼았던 정치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조선의 급진 개화파를 육성하며 탈아론을 부르짖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전쟁과 외교·왕비 살해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병합을 추구했던 일본 첫 총리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으로 이어진다. 식민지 독재자로 잔혹한 무단통치를 자행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총독, 창씨개명을 강요하며 황민화 정책을 추진하고 마침내 전쟁의 생지옥으로 밀어 넣은 미나미 지로(南次郞) 총독, 여기에 조선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핍박받는 사람들의 수호자로 활약한 인권 변호사이자 사회 운동가 후세 다쓰지(布施辰)까지 살핀다. 이들 인물을 통해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모자이크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저자는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역사와 그 시대를 이끌었던 다양한 일본인의 정체성과 행동양식을 점검해야 또다시 꿈틀대는 일본 제국주의 망령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다 .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 의사당서 나체사진 보다가 딱 걸린 의원… “함정이다”
▶ 재난지원금 28~29일 1차 지급…“대상자에 안내문자 발송..
▶ “코로나 벌금 대신 낼 후원자 있어”…감리교 목사 또 논란
▶ “뇌출혈 아들은 3차례 병가청원 묵살…고위직 아들이면 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흉기에 찔리고도 “컵에 맞았다”며 ..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이..
아파트 거래 최악인데… 전세도 매매..
트럼프 “틱톡-오라클 합의 승인하겠다..
“선원이 왜 모자라지?”…어선 냉동고..
topnew_title
topnews_photo 특고·프리랜서 지원금 24~29일 사이…소상공인은 28일돌봄지원금 추석전 대부분 지급…“문자 받고 즉시 신청해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mark의사당서 나체사진 보다가 딱 걸린 의원… “함정이다”
mark“뇌출혈 아들은 3차례 병가청원 묵살…고위직 아들이면 다냐”
자녀 앞에서 집단성폭행 당해도 내 잘못이라고?
“코로나 벌금 대신 낼 후원자 있어”…감리교 목사 ..
[속보]신규확진 82명, 38일만에 첫 두자릿수…수도..
line
special news 류현진, 5회 집중타에 2실점… 시즌 2패·팀 6연패
필라델피아전서 6이닝 2실점 QS…5회 허용한 5안타가 ‘옥에 티’팀을 연패 수렁에서 구출하라는 특명을 안..

line
‘헤이워드 복귀’ NBA 보스턴, 마이애미에 2패 뒤 첫..
경찰, 철원 통해 월북 시도한 탈북민 30대 남성 구..
“기업 10곳 중 6곳 추석 상여금 지급…작년보다 줄..
photo_news
김광현, 피츠버그전 5⅓이닝 4실점…패전은 모..
photo_news
제시·이근·박세리·광희, 유튜브에도 방송에도 ..
line
[M 인터뷰]
illust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방송..
[김선규의 사람풍경]
illust
슬픔 삼키며 불고 또 불고… 영혼 위로하는 색소폰
topnew_title
number 흉기에 찔리고도 “컵에 맞았다”며 계부 감싼..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이유…“춤..
아파트 거래 최악인데… 전세도 매매도 가격..
트럼프 “틱톡-오라클 합의 승인하겠다…환상..
hot_photo
RBW, 콘텐츠 융합형 브랜딩 캠페..
hot_photo
딘딘 “2주 정도 사겼다” 폭로…조..
hot_photo
전직 모델 “트럼프가 혀를”… 또..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