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포 세대에 던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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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투성이 미숙한 사람들
따뜻하게 보듬어주며 위로
히가시노 작품의 흡인력도

1년에 15만부 이상 꾸준히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장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불황의 출판가에 조용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국내 출간된 뒤 3년째 각종 서점의 종합 베스트 10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화제작이 나올 때마다 순위에서 밀리기도 하지만 곧바로 재진입하며 안정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설이 몇 년째, 그것도 소설 부문이 아닌 종합 10위권을 지키는 경우는 꽤 이례적이다. 17일 현재도 교보문고 종합 순위 10위에 올라 있다. 현재까지 누적 부수는 46만여 부. 1년에 15만 부 이상 꾸준히 팔린 것으로 작가의 힘, 힐링 코드, 젊은 층의 공감 등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히가시노의 힘 = 이 작품의 인기 역시 나오는 작품마다 일정 수준 이상은 팔리는 작가의 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1999년 ‘비밀’이 출간된 후 지금까지 80여 종이 번역됐을 정도로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비결이라면 힘있게 뻗어 나가는 이야기, 쉽게 읽히는 가독성, 여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사회 문제의식이다. 무엇보다 첫 장을 열면 그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읽게 하는 흡인력이 뛰어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은 독자들 상당수도 순식간에 읽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상담과 힐링 코드 = 하지만 이 작품은 범죄, 형사, 살인이 나오는 전형적인 히가시노의 작품과는 거리가 있다. 2012년 일본 중앙공론문예상을 받은 소설은 3인조 도둑이 경찰을 피해 30여 년간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빈집 주인 앞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세 사람은 얼떨결에 편지를 열어 본다. 과거의 사람이 보낸 고민 상담 편지가 시간이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인 잡화점 우편함으로 들어온 것. 이들은 처음엔 누군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편지에 끌려 답장을 하기 시작한다.

하나로 끝날 줄 알았던 편지는 계속 도착하고 이들의 솔직하고 엉뚱한 조언은 뜻밖의 결과를 불러온다.

김현지 현대문학 팀장은 “편지의 고민들이 누구나 겪을 만한 것들이고, 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는 것에 독자들이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춘의 위로 = 작품 속 3인조 도둑 아쓰야, 고헤이, 쇼타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심한 존재들이다. 어린 시절은 불우했고, 어른이 됐지만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계를 이어갈 뿐이다. 한마디로 미숙하고 결점투성이인 인생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 어린 충고는 기적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이들 자신도 변해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라는 이들의 말은 왜 이 작품이 현실의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주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 팀장은 “히가시노 작품은 젊은 층을 포함해 폭넓은 독자를 갖고 있지만, 특히 이 작품은 우리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는것 같다”며 “연애·출산·결혼을 포기한 3포 세대, 여기에 더해 내집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인 젊은이들에게 주는 공감이 크다”고 풀이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