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에 한국경제 달렸다>‘연공서열식 임금’ 불합리… ‘성과·직무중심’으로 바꿔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반대”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위원장실 앞에서 금속, 화학노련 등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를 결정키로 했던 중앙집행위원회의를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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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많으면 高임금 ‘경직적’
노력·기여도 따라 산정 필요

과도한 임금 격차 완화돼야
양극화 줄고 청년고용 늘어

韓, 임금불평등 OECD 3위
저임금자 비율도 평균 이상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좋은 일자리(대기업 정규직)일수록 연차가 쌓이면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경직적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하는 일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달라지고, 영세사업장 직원은 연차와 하는 일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은 이렇듯 경직적인 임금체계를 공정하게 바꿔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 더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의미에 대해 “공정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노력하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공정한 임금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결렬됐지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지난 3월 1차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도 과도한 임금격차의 완화를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직무 기준과 공정한 평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부와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노동계는 경영자가 근로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오로지 노사자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연공성 높은 임금체계 = 우리나라의 연공성이 강한 현행 임금체계는 1960년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고도성장기에는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종신고용을 전제로 모든 직원을 자유자재로 전환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저성장기에 접어든 현재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종신고용 개념도 약해졌다.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근로자 임금이 대폭 올랐고, 국제경쟁은 치열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의 절반 이상이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이들 기업 중 절반은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실패해 연공제 성격이 유지되는 ‘명목상’ 연봉제를 운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임금체계 개편을 미루는 대신 비정규직 고용, 아웃소싱, 해외 공장 신설 등의 우회로를 택했다.

◇임금불평등 심화 = 이런 과정에서 고착화한 임금체계는 임금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노사정위가 발간한 ‘2014 임금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임금불평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이다. 임금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임금 10분위 배율은 2012년 한국이 4.71로 미국(5.22), 이스라엘(4.9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임금 10분위 배율은 임금 하위 10% 근로자와 상위 10%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의미하고, 숫자가 클수록 불평등이 크다. 2001년에는 4.09로 OECD 가입국 중 8위였으나, 11년 새 순위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중위임금(임금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미국(25.3%) 다음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25.1%로 OECD 평균인 16.3%와 비교할 때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부터 기업 정년이 60세로 늘어나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 저성장 시대에 공정한 임금체계를 확립하지 못하면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