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이혼소송…“한국 법원은 왜 파탄주의 인정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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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재판… 부인 변호사
“美선 인정… 이혼판결” 주장
국내 파탄주의 첫 인정 주목

가수 나훈아(사진)와 아내 정모 씨 간의 두 번째 이혼소송이 국내 이혼 법정에서 처음으로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사례가 될지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아내 정 씨가 지난해 10월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의 첫 재판이 25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열린다.

이날 정 씨 측은 나훈아가 정상적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아 사실상 부부 관계가 깨졌다는 파탄주의를 근거로 이혼을 요구할 계획이다.

파탄주의는 사실상 결혼관계가 회복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되면, 어느 쪽이 이혼소송을 내든 법적 이혼을 법원이 판결하는 것을 가리키며 주로 서구 쪽에서 채택된다. 이에 반해 유책주의는 부정행위 등 명백한 한쪽의 잘못이 없다면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로 한국의 경우 적용돼왔다.

정 씨 측 법률대리인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나훈아는 부부 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파탄 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훈아는 두 번째 이혼소송이 시작된 후에도 담당 변호사를 통해 의사만 전달할 뿐, 아내와 만나지 않았다. 정 씨 측은 “25일 재판에도 양측의 변호사만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훈아가 아내와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혼인 관계는 유지하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훈아와 정 씨는 지난 2011년 한 차례 이혼소송을 치렀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나훈아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언론보도 등이 있었으나 소문 수준에 불과하다”고 나훈아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영주권자인 정 씨가 미국에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는 파탄주의를 근거로 법원이 “이혼하라”고 판결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책주의가 아닌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어, 나훈아와 정 씨의 이혼소송은 법조계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에 반발한 남성이 파탄주의를 근거로 제기한 이혼소송의 상고심이 진행됐다. 공개 변론이 열릴 정도로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소송에서 1965년 이후 50년째 유지되고 있는 유책주의를 뒤집는 선고가 오는 하반기에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와 맞물려 유명인인 나훈아의 이혼소송 역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중 어떤 논리가 적용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