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 국민 ‘솔푸드’ 라면의 변신 시원한 국물…‘속풀이 名藥’

농심 스프개발팀 윤재원 부장 ‘해장라면’ 끓이기

라면은 억울하다. 많은 사람이 유난히 식생활 건강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요즘, 라면을 먹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라면은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다’,‘라면은 다이어트에 적이다’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의 성분을 곰곰이 따져보면 오히려 ‘웰빙식’쪽에 더 가깝다.

라면 한 봉지에는 약 500kcal 전후의 열량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등이 고루 들어있다. 성인 기준 한 끼당 600~700kcal의 열량이 필요하다고 봤을 때 적정량인 셈이다. 또 어떤 음식이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상적인 비율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55~70: 7~20 : 15~25다. 그런데 라면의 이 비율이 62: 8 : 30이다.

얼마 전 한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에서 한국은 세계 1위다. 한국인 한 사람당 1년에 약 70개의 라면을 먹는다. 특히 과음한 다음 날 ‘속풀이용’으로 아마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 라면일 것이다. 가히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많은 이가 라면을 거부하기보다는 라면을 어떻게 하면 몸에 더 유익한 음식으로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농심에 입사해 21년간 라면 ‘스프’를 연구해온 ‘스프 개발팀’ 윤재원(46·사진) 부장의 도움말로 몸에도 유익할 뿐 아니라 숙취해소에도 좋은 ‘해장라면’ 세 가지를 소개한다. 윤 부장은 “라면에 계란과 김치만 더해도 비빔밥 못잖은 균형식이 된다”며 “취향에 따라 다른 식재료들을 더 추가하면 라면은 훌륭한 건강식으로 거듭난다”고 말했다.

#토마토·양파 라면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토마토와 양파를 가미했다. 라면 한 개에 토마토 100g, 양파 30g을 준비한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적정량인 550g의 물이 끓으면 라면의 분말 스프와 플레이크스프를 넣은 후 함께 약 4분 30초간 끓이면 된다. 텁텁한 맛이 줄고, 대신 깔끔한 맛이 살아난다.

조리법은 쉽지만 토마토와 양파라는 두 가지 재료 때문에 라면이 ‘엄청난 건강식’으로 거듭난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라이코펜은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몸 밖으로 배출해 내고, 베타카로틴보다 2배나 높은 항암 효과를 지녔다. 그런데 이처럼 몸에 좋은 라이코펜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익혀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마토를 삶거나 구우면 생으로 먹었을 때보다 라이코펜 흡수율이 5배 이상 높아진다.

양파도 역시 훌륭한 식재료다. 히포크라테스는 암 등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을 위해 수프를 만들 때 양파를 넣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도 심장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에 대해 모두 양파를 즐겨 먹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파의 이 같은 효능은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청소해주는 쿼서틴과 알리신 등의 성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역 냉라면

플레이크스프에 미역 등이 가미된 너구리면 등을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해장 라면’이다. 일반 라면에 건미역을 잘게 잘라서 넣고 만들어도 된다. 우선 400㎖ 정도의 물에 분말 스프와 미역 등이 들어간 플레이크스프를 넣고 5분간 끓인 후 냉동실에서 차게 식힌다. 그리고 면만 따로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다. 미리 만들어 차게 식힌 육수에 설탕(4g)과 식초(10g)를 넣어 간을 맞춘 후 면을 넣고 오이, 다시마 등을 썰어 올리면 완성된다. 미역냉국과 비슷한 맛으로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 숙취로 잃은 입맛을 되살려준다.

냉라면에 들어간 미역에는 다당류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알긴산은 식도와 위장에 점막을 형성, 위염과 식도염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알코올로 손상된 ‘주당’ 등의 위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알긴산은 최근 혈압 강하, 중금속 배출 등의 효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닭개장 라면

여름철 계속되는 폭염으로 입맛을 잃었을 때 ‘보양식’으로도 좋은 해장라면이다. 라면 한 개에 닭가슴살 80g, 양파 40g, 대파 30g, 청양고추 2g, 달걀 한 개, 고춧가루 2g, 다진마늘 8g, 식용유 20g 등을 각각 준비한다.

먼저 닭가슴살과 양파, 대파, 청양고추를 씻어서 자른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다진마늘을 볶다가 미리 잘라놓은 재료들을 고춧가루와 넣고 함께 볶는다. 그리고 이처럼 조리된 재료들을 500㎖ 분량의 물에 넣고 끓인 후 라면과 함께 4분 30초 정도 더 끓인다. 달걀은 마지막에 넣는데 30초 정도 더 익히면 된다. 각종 파와 청양고추, 마늘 등의 양념이 풍부하게 들어가서 얼큰한 맛을 내 속 푸는 데 아주 제격인 음식이다. 파는 물론 고추, 마늘 모두 건강식재료다. 특히 고추에서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몸에 열을 내면서 칼로리를 소모케 한다. 캡사이신은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교감신경도 활성화해준다. 매운 음식을 먹고 ‘어~ 시원해’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고단백 저지방으로 필수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한 닭가슴살도 들어가 술에 지친 몸에 기운을 북돋워 준다.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

라면 레시피=농심 영양연구팀 장진아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