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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에세이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26일(水)
아르헨티노-코레아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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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들이 아르헨티나에서 최초로 정착한 곳으로 알려진 리오네그로주의 라마르케에 세워진 한인 정착 기념비 모습.
추종연 / 駐아르헨티나 대사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역사는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13세대 78명의 한인 이민자를 태운 네덜란드 화물선 보이스벤(Voissvein)호는 부산항을 출발해 2개월여 기나긴 항해 끝에 1965년 10월 14일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 도착했다. 이들은 다시 기차로 남쪽으로 1100㎞를 달려 바람의 마을 라마르케 허허벌판에 내렸다. 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고된 몸으로 천막을 치고 흙벽돌집을 지었으며 땅을 개간하기도 하고 날품팔이도 했다. 당시 방풍림으로 심은 포플러가 지금은 무성하게 자라 이민자들의 애환을 머금고 있다.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변두리 빈민가로 이주한 이민자들은 편물이나 봉제 삯일, 구두수선 등 막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다. 그 흙벽돌집이나 빈민가 판잣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올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됐을 것이다. 반세기 이민 세월 고생의 무게를 딛고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는 모국의 경제 성장만큼 성장을 거듭했고 유대인에 이어 아르헨티나 현지사회가 주목하는 대상이 됐다. 지금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의류산업 중심지인 아베야네다 상가의 2분의 1을 한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20억 달러가 넘는다.

지금 아르헨티나에 거주 중인 우리 동포는 3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간 현지 경제 사정에 따라 그 수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한인사회 규모가 30만 명은 족히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한국 사람들이 늘 부지런하고 활동범위가 넓어서 그렇게 느껴진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동포사회는 타 지역 한국이민사회와 비교해 탁월한 모습이 하나 있다. 고단한 이민생활 가운데서도 격조 높은 예술의 멋과 맛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화가, 조각가, 시인, 수필가, 도예가, 서예가, 영화감독, 영화배우 및 탤런트, 방송인 등 재사(才士)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는 다양한 이민 50주년 행사로 분주하다. 지난 3월 라마르케 토마토축제 참석을 시작으로 한국음식 페스티벌, 한국 단편문학 및 시선집 스페인어 번역본 발간, 중남미 K-팝 경연대회, 동포 예술가 합동 전시회, 중남미 한상대회, 한국학 세미나, 백건우 피아니스트와 부에노스아이레스 필하모니 협연, 한국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어 현지인들의 이목이 한인사회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민 50주년 행사의 백미는 9월 20일 차카부코 공원에서 개최될 ‘한국의 날’ 행사로, 아마도 수만 명의 우리 동포와 아르헨티나인들이 참가해 화합의 하모니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회와 이민 50주년 준비위원회는 크게 세 가지를 모토로 5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한인사회의 존재를 현지사회에 부각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그간 우리 동포들을 받아주고 또 지원해준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명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앞으로 한인 2∼3세대들에게 한인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에서도 그러했지만 아르헨티나 이민자들도 이 먼 땅 아르헨티나에 와서도 지난 50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는 이민 반세기를 맞아 지나온 여정을 반추해 보면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본래 이민자의 땅이다. 지금 이 땅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도 우리 동포들과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이다. 우리 한인들도 주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반세기 맨주먹으로 난관을 극복해 낸 한인 1세대들의 경험과 그 후손의 지혜와 창의성이 합쳐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한 꿈을 이뤄낼 사람이 바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국인, 아르헨티노-코레아노(Argentino Coreano)들이다.

◇추종연(55)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외무고시 16기 △중미과장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주아르헨티나공사 참사관 △국회사무처(통외통위)파견 △중남미 국장 △주콜롬비아 대사 △현재 주아르헨티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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