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詩>풀의 투쟁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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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것은 틈이 있다지만
튼튼한 것은 갈라진다지만
틈이 견고한 벽을 무너뜨린다지만
갈라지고 갈라지기만 하면
무너짐도 무너진다

틈을 만드는 동안
갈라진 틈에 어디선가
깃털처럼 부드러운 풀씨가 찾아온다

틈은 반짝 희망이었다가 갈라지고 갈라져
사막을 만들기 시작할 때
틈을 내는 투쟁의 손도 갈라진다

틈에는 풀씨가 내려앉고
풀은 흙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풀이 흙을 만들어간다

틈이 자라 사막을 만들어갈 때
풀은 최선을 다해 흙을 만들어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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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 1집 등단.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인간의 시간’ ‘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등 출간.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