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보다 아래가 좋다?… 공연·영화계 ‘연출하는 배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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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조재현·김수로 등
다양한 연기경험 바탕으로
소통·캐스팅에서 실력 발휘

‘무대 위보다 아래, 스크린 안보다 밖.’ 공연·영화계에 ‘연출(감독)하는 배우’ 열풍이 거세다. 누군가에겐 평생 한번 오르고 싶은 무대, 들어가고 싶은 스크린 속. 이미 꿈을 이룬 배우들은 무대 아래, 그리고 스크린 밖을 탐한다.배우들과의 소통이 원만하고, 캐스팅에서도 수완을 발휘한다. 특히 관객과의 소통 포인트를 잘 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최근 영화배우 박희순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무한동력’의 연출자로 나섰다. 앞서 뮤지컬화에 성공한 인기 웹툰 ‘신과 함께’를 쓴 주호민 작가의 작품이어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영화 ‘의뢰인’ ‘용의자’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의 단원이기도 하다. 개막에 앞서 공개된 연습 현장에서 박희순은 “단원으로 활동하며연출의 꿈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공연 연출자로 데뷔한 배우는 오만석, 이석준 등이 있다. 모두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톱 배우다. 오만석은 2009년 유준상, 김무열 등이 출연한 뮤지컬‘ 즐거운 인생’을, 이석준은 지난해 연극 ‘썸걸즈’의 연출을 맡아 호응을 얻었다.

‘배우 연출가’들은 관객과의 소통 지점을 잘 잡아낸다.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지는데, 올 상반기 최고 인기 연극 중 하나인 ‘월남스키부대’가 좋은 예. 영화배우로도 친숙한 심원철이 각본, 연출, 출연까지 맡았는데, 앙코르 공연을 끌어내며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조재현과 김수로가 제작자·프로듀서로서 대학로를 이끌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수현재컴퍼니의 대표인 조재현은 ‘잘자요 엄마’ ‘스피킹 인 텅스’ 등 대중성과 작품성까지 겸비한 연극을 연달아 선보여, ‘히트제조기’로 자리 잡았고, 김수로는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뮤지컬 ‘아가사’, 연극 ‘데스트랩’ 등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감독으로 영역을 넓히는 배우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방은진, 구혜선, 유지태, 박중훈, 하정우, 정우성, 문소리, 윤은혜에 이어 조재현도 영화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조재현은 오는 10월 1일 개막하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연출 데뷔작인 ‘나홀로 휴가’를 들고 참여한다. 또 윤은혜와 문소리도 ‘와이드앵글 단편 쇼케이스’ 부문에 ‘레드 아이’와‘최고의 감독’이라는 단편으로 초청됐다.

박동미·김구철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