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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28일(金)
책 훔쳐 팔던 어린 소녀, 고객 마음 훔치는 CEO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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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보스 /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걸보스,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소피아 아모루소는 ‘걸보스’라고 부른다. 물론 스스로를 포함해서. 그러니까 책은 성공한 사업가가 들려주는 지침서로 이런 종류의 책은 이미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는 부제가 달려 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책은 서른이 되기도 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꼽히는, 연 매출 1000억대 규모의 패션 사업체 내스티 갤의 CEO가 된,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 1위로 꼽힌 소피아 아모루소의 이야기이다.

학력이나 경력, 집안, 자본 따위 성공의 발판이 될 만한 스펙 하나 없이, 중고 의류 온라인 쇼핑몰에서 출발해서 4년 만에 직원 350명 규모의 회사로 일궈낸 미모의 젊은 여성 사업가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라면 재벌 상속자나 전문직 엘리트 같은 백마 탄 왕자님의 도움이 받쳐주는 로맨스가 필수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성공한 ‘걸보스’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에는 그런 양념은 없다. 대신 그런 드라마 주인공이 되고도 남을 초년 때 고생과 방황, 엉뚱함과 기발함이 빼곡하다.

“나는 고등학교 중퇴자였고, 방랑자였고, 절도범이었고, 꼴불견 학생이었고, 나태한 직원이었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치켜세우고 부러워하는 것에 코웃음쳤다던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일단 학위를 따고 일자리를 찾아야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일련의 단계들로 이루어진 좁은 직선로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그런 치료를 통해 학교를 좋아하게 되느니 차라리 우울증 약을 버리고 학교를 떠났던 청소년 시기의 자신을 ‘닥치는 대로 뭐든지 시도하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을 일제히 거부하려고 했던’ 미성숙한 상태였다고 돌아본다.

‘자본주의가 이 세상의 모든 탐욕, 불평등과 파멸의 원천’이기에 훔친 물건을 팔아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는 것이 ‘천박한 물질주의 세상’에 대한 사회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소녀가 ‘법에 따라 행동하기’로 삶의 지침을 바꾸게 된 계기는 도둑질이 발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생활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소유물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받아들여 일자리를 구하고, 세상과의 타협은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명백한 규칙은 준수’하게 되기까지의 일탈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적 성공의 바탕이 된 것이다.

책은 숱한 반항과 시행착오, 엉뚱함을 타협과 적응의 과정을 거쳐 내면화시킬 만큼 사회화될 때, 세상의 모순에 저항하던 시기를 거쳐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실현하기 위해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고백이다.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와 규범 사이에서 얼마나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지, 그 대가가 얼마나 푸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패셔너블한 유혹이다.

이안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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