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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28일(金)
그림책으로 담담하게 담아낸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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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맨들 / 신혜은 글, 조은영 그림 / 시공주니어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흔다리 서쪽. 머나먼 옛날에는 바다였는지 이 들판에는 조개껍데기가 많아서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조개맨들’이라고 불렀다. 집에서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조개맨들 구석구석을 아빠 손 꼭 잡고 걸어 다녔던 단발머리 영재가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영재랑 영재네 마을 사람들은 봄이면 조개맨들에 가서 함께 개구리참외도 심고 김가박가네 밭에 참외도 심는다. 참외밭을 돌보러 조개맨들 다니러 가는 길에는 환한 붓꽃이 가득 피고 어느덧 뒷산 밤나무에도 밤알이 꽉 찬다. 봄여름가을겨울 조금씩 표정이 달라지는 서해바다, 들, 숲, 바람 이야기는 영재의 시선을 따라 그림일기 형식으로 펼쳐진다.

시계수리공인 영재 아빠는 손재주가 좋아서 영재에게 밤나무로 신발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춥게 잠들지 말라고 서울 나들이 길에 턱받이 이불도 사다 준다. 영재는 아빠 사랑 듬뿍 받고 노할머니가 붕붕 베틀 돌려서 만든 꼬까옷도 얻어 입으면서 쑥쑥 자란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영재가 만난 학교 선생님 중에는 일가친척에 아는 사람이 여럿이다. 이모부가 원래 이 학교 선생님인데 육촌 오빠 황옥진 선생님, 오빠와 친한 김강호 선생님까지 계셔서 낯설지가 않다. 한 바퀴 크지 않은 섬마을이다 보니 농사도 같이 짓고 일도 나눠 하고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이다. ‘네게 말을 거는 사람은 일단 경계하라’는 말부터 듣고 자라는 요즘 도시 아이들에게 영재의 하루하루는 부러움의 연속이다. 그림책을 한 바닥 넘길 때마다 자락 자락 다정한 풍경이 나타난다.

그러나 전쟁의 총성이 울리고 조개맨들의 평화가 순식간에 깨지면서 영재는 아빠 없는 아이가 된다. 할머니의 명주실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마냥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만 믿었던 모든 것들이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최전선 강화도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산산이 부서진다. 피란 끝에 이모부네 학교로 전학한 영재는 아빠 없이 아빠를 그리며 혼자 조개맨들에 간다.

이 그림책은 황영자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다. 글 작가 신혜은은 섣불리 평화와 전쟁을 대조시키지 않고 느긋하게 조개맨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때 다 잃었다’로 점철되는 전쟁 이야기와 이 그림책의 다른 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때 뭐가 있었나’를 잘 알게 되고 평화에 정든다. 담담한 글과 달리 BIB그랑프리에 빛나는 조은영의 그림은 처음부터 재치와 힘이 넘친다. 그러나 어딘지 알 수 없는 서글픔을 담고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독자는 그것이 조개맨들을 뒤덮었던 포탄 소리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계공 아빠의 복잡하지만 질서 있는 책상이나 운동회의 한복판에서 탯줄을 달고 태어나는 영재의 동생, 부시미산의 아련한 풍경은 조은영 작가 특유의 제약을 두지 않는 선명한 색감과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때 이야기지만 지금 이야기 같고 남의 이야기지만 우리들의 이야기 같은 생생한 그림책이다.

김지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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