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수 정수라가 지난 19일 강원 평창의 용평리조트 내 버치힐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동반자와 얘기하다 기자의 요청에 포즈를 취했다.
“골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바른 생활을 하기가 힘들었겠지요.”
가수 정수라(52)는 연예인 중 ‘박세리 키즈’로 불린다. 골프채를 잡을 때면 마이크를 잡았을 때만큼 즐겁고, 그래서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난 19일 강원 평창의 용평리조트에서 정수라를 만났다. 머리를 식히려 일행과 함께 휴가를 온 정수라는 전날 용평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뒤 이날 인근의 버치힐 골프장을 찾았다.
정수라가 1번 홀 레이디 티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친 샷이 족히 180m는 넘게 날아갔다. 정수라는 “여자 연예인 중에서는 장타그룹에 속한다”고 귀띔했다. ‘여자 존 댈리’로 불리는 후배 가수 신효범과 한때 호각을 다툴 만큼 장타 솜씨를 뽐냈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때는 레이디 티가 아닌 ‘화이트 티’에서 남성 골퍼들과 같이 칠 정도였단다.
정수라는 “1998년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TV 중계로 우연히 본 게 계기가 돼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날로 골프 연습장에 등록했다. ‘똑딱이 볼’을 친 지 사흘밖에 안 된 그를 지인이 서울 은평구 구파발 인근 6홀짜리 123골프장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인기가수가 왔다면서 직원과 캐디까지 모두 티잉 그라운드로 몰려들었다. 3일 배우고 데뷔. 엉망이었다. 헛스윙에 땅볼을 좌우로 몇 차례 날리자 구경꾼들은 웃기에 바빴다. 정수라는 지옥 같은 첫 라운드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골프채를 창고에 넣어 버렸다. 너무 창피했기 때문. 그리고 1년 동안 골프와는 벽을 쌓았다.
박세리 우승 이후 연예계에서도 골프 붐이 일었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온통 ‘골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골프채를 다시 집어들었다. 집 근처(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연습장에서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레슨을 받으면서 실력을 가다듬었다.
동료들이 퍼붓는 라운드 유혹은 뿌리쳤다. 제대로 배운 뒤 필드에 서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인데 안정된 기량을 유지하는 뿌리가 됐다.
정수라는 2005년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서코스에서 처음으로 78타를 쳐 ‘싱글패’를 받았다. 라운드를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당시 동반자였던 연예계 ‘최고수’ 개그맨 최홍림이 기념패를 들고왔기에 깜짝 놀랐단다. 정수라가 한턱 쏘겠다고 해 모였는데 모임 멤버들이 커다란 박스를 들고 왔다. 포장을 풀어보니 크기가 1m는 족히 되는 조각품이 들어있었다. 정수라는 “최홍림이 ‘실력이 앞으로도 일취월장하기를 기원하며 생각하는 여인 트로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며 “이 대형 트로피를 지금도 집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수라는 이후에도 78타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경북 칠곡의 선산골프장, 경기 가평의 프리스틴밸리. 경기 용인 아시아나 동코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경기 이천 곤지암 골프장 등지에서 싱글을 기록했다. 모두 처음 플레이한 곳이었다.
베스트 스코어는 2오버파 74타. 첫 싱글패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울산 지역의 오션힐스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를 하다 ‘이븐파를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탓에 마지막 홀에서 버디 대신 보기를 해 2오버파가 됐다. 이듬해 강원 보광휘닉스파크에서 다시 74타를 쳤다. 이글은 5차례 경험했지만 아직 홀인원의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같은 연예인골프구단 동료였던 아나운서 출신 사회자 왕종근 씨와 동반하면서 왕 씨가 홀인원하는 것을 난생 처음 목격했을 뿐이다.
2009년엔 인도네시아에서 지인들과 함께 6일 동안 매일 36홀을 치는 ‘마라톤 골프’를 펼쳤다. 그는 “다시 한 번 강행군을 해보고 싶다”며 “체력에는 자신 있다”고 자랑했다. 요즘엔 연습장엔 거의 다니지 않지만 하루 2시간 정도는 몸 관리에 투자하는 편이란다. 골프에 빠져들면서 상체보다는 하체운동에 치중하는 편이다. 정수라는 “비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차에 아령을 비치하고 팔 근력을 키우기도 했다”며 “최근엔 빠르게 걷기 등 유산소 운동에 주력하면서 몸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수라는 1980년대 ‘아! 대한민국’을 불러 국민가수의 반열에 올랐고 ‘환희’ ‘난 너에게’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아! 대한민국’은 ‘제2의 애국가’로 불릴 만큼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수라는 정작 “내 스타일에 맞지 않았던 노래”라고 ‘고백’했다. 팬들의 사랑에는 대가가 따라붙었다. 당시 군사정권에서 뒤를 봐준 덕에 인기가 높아졌다는 소문과 루머에 시달렸다. 정수라는 “군가와 같은 ‘아! 대한민국’이 히트하자 사람들은 내게 씩씩한 전사와 같은 이미지를 요구했다”면서 “발라드나 펑키 등의 장르를 좋아했기에 ‘아! 대한민국’이 내게는 최고의 노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수라에게 골프는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매력 덩어리다. 정수라는 “골프는 스트레스를 푸는 데 최고”라며 “남들은 골프를 즐긴다고 하지만 난 골프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최근 연예계 데뷔 32년 만에 처음으로 방송 예능프로그램(불타는 청춘)에 출연했다. 정수라는 “친하게 지내는 진미령 선배의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해 출연하게 됐는데 출연진 대개가 한 번쯤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이어서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최근 2년간의 이혼소송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던 의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수라는 다음 달 신곡 발표를 앞두고 앨범 제작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평창=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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