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엄하던 아버지, 이젠 키스신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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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안방극장 호령 新-舊 여배우

주말 저녁을 호령하던 두 여배우가 여름과 함께 시청자의 곁을 떠났다.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의 주인공 김성령과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이끈 박보영이 나란히 성공에 방점을 찍으며 안방극장을 짊어진 신구 여배우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성령이 40대 이상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박보영은 10∼30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다시 불러 앉혔다.

“오! 나의 보영님!”

케이블채널 tvN ‘오 나의 귀신님’의 열혈 남성 시청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던 말이다. 158㎝의 아담한 여배우인 박보영은 이 작품에서 그가 가진 크고 무궁무진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극 중 박보영이 맡은 역할은 매사에 소신없이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연신 되풀이하는 주방 보조 나봉선. 하지만 짓궂은 처녀귀신인 신순애가 빙의된 나봉선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좋아하는 셰프 강선우(조정석)와 눈도 못 마주치던 나봉선은 빙의된 후에는 강선우를 모텔로 잡아 끌며 외친다. “다리 아픈데 1시간만 쉬다 갈래요?” 중요한 건, 이 대사가 소녀 같은 이미지로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박보영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처음 대본을 받고 그 대사를 읽었을 때 엄청나게 ‘세게’ 느껴졌어요. 부끄러워서 제대로 대사를 읊지도 못했는데 감독님과 조정석 오빠가 더 자신감 있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죠.”

박보영은 한때 ‘여고생 전문배우’라 불렸다. 교복이 유난히 잘 어울렸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다룬 시나리오는 반드시 박보영을 거쳤다. 그렇기 때문에 ‘오 나의 귀신님’은 박보영이 선사한 멋진 캐릭터의 전복이자 고정관념을 가진 팬들에 대한 시원한 반격이었다. 게다가 반응도 뜨거웠다. 이 드라마는 8%가 넘는 시청률을 거두며 웬만한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성적마저 넘어섰다. 7년 만에 드라마 나들이에 나선 보람이 있던 셈이다.

“저는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의 구분을 두지 않아요. 그보다는 ‘재미있느냐’가 우선이죠. 7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없어서 ‘나랑 드라마는 인연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행복했어요. 매일 일기를 쓰는데 인터뷰장에 오기 전 읽어보니 ‘오 나의 귀신님’을 촬영하는 동안에는 ‘행복했다’는 이야기뿐이에요. 촬영 끝나고 감독님께 인사하며 눈물이 나서 애먹을 정도였어요.”

40년 가까이 복무 후 올해 전역한, 엄한 군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박보영에게 이 드라마는 일종의 일탈이었다. 10대 중반에 데뷔한 박보영에게 아버지는 통금 시간을 지정했고, “남자친구는 대학 간 후 만나라”고 가르쳤다. 이번 드라마에서 엉큼한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노출이 있느냐”고 걱정하시던 아버지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 속에서 딸이 키스신을 선보여도 개의치 않고 응원해준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딸이 이제는 어엿한 여배우가 됐기 때문이다. 2006년 열 여섯 나이에 EBS 드라마로 데뷔한 박보영은 이제 분명 상업 드라마 한 편을 책임지는 어엿한 스물 다섯 여배우가 됐다.

“‘10년차’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부담스러워요.또 다른 10년 후요? 지금보다는 나아져 있길 바라요. 지금은 불안감도 많고 나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지만 10년 후에는 제 연기에 조금 더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