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중견여배우에게 더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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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안방극장 호령 新-舊 여배우

주말 저녁을 호령하던 두 여배우가 여름과 함께 시청자의 곁을 떠났다.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의 주인공 김성령과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이끈 박보영이 나란히 성공에 방점을 찍으며 안방극장을 짊어진 신구 여배우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성령이 40대 이상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박보영은 10∼30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다시 불러 앉혔다.

“이젠 주인공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MBC ‘여왕의 꽃’을 마친 배우 김성령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20%에 육박하는 드라마의 타이틀롤을 맡아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한데 뿌듯함보다는 홀가분함이 더 큰 눈치였다.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배우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였다.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고 섭섭한 것 하나 없이 시원해요. ‘대박’이 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김성령이라는 배우가 ‘여왕의 꽃’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한 것 같아서요. 감히 스스로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왕의 꽃’은 1991년 연기를 시작한 김성령이 24년 만에 처음 맡은 주연작이었다. 게다가 50부작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이런 작품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배우가 된다는 건 대단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인공을 갈구했던 김성령에게 ‘여왕의 꽃’은 움켜쥐고 놓을 수 없을 만큼 향기롭고 예쁜 꽃이었다.

“부담도 느꼈지만 그보다는 신이 나고 자신만만했어요. 하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부족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마는 혼자 짊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나나 잘 하자’ ‘민폐만 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연기했죠.”

김성령은 그동안 ‘한류스타의 엄마’로 유명했다. 해외에 수출된 여러 드라마에서 한류스타 이민호, 정윤호, 장근석 등의 세련된 엄마 역을 맡아 해외 팬들의 눈도장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의 엄마’가 아니라 ‘배우 김성령’으로서 그의 존재감을 재평가받았다. 정작 “이제 주인공만 맡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성령은 손사래를 치며 “주인공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인공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어요. 하지만 ‘여왕의 꽃’으로 소원을 풀었죠. 계속 주인공을 해야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물론 주인공을 맡지 않겠다는 의미도 아니고요.(웃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할 자세를 갖게 해줬죠. 그리고 연기적인 측면에서 더 많이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중견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파릇파릇하게 치고 올라오는 한류 스타들이 득실거리고, 그들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 즐비하다. 그 속에서 김성령은 배우로서 자신의 의미와 존재감을 찾아가고 있다. 드라마 외에도 지난해에는 영화 ‘표적’으로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고, CF 시장에서도 요즘 가장 주가가 높은 중견 배우다. 다양한 팬층이 그를 지지하고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스타란 의미다.

“할리우드나 프랑스와 비교하면 중견 배우들을 위한 작품이 참 부족해요. 상업 논리로만 접근하니 투자를 받기 위해 아이돌이나 일부 한류스타를 위한 작품 위주로 기획되고 있죠. 한국의 중견 여배우들도 기회가 주어지면 샌드라 불럭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