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3~5년 赤字불가피… 가격경쟁 치중 땐 파산 위험”

예비인가 신청 한달 앞두고
다음카카오 등 4파전 양상
‘銀産 분리’ 법정분쟁 우려

예비인가 신청을 한 달 앞둔 가운데 인터넷 은행 사업권을 따내도 적어도 3년 이상은 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격 경쟁에 치중할 경우에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고,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정을 둘러싼 법정 분쟁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금융연구원이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은행을 설립한 후 흑자 전환에 이르기까지에는 적어도 3~5년이 걸렸다.

특히 설립 초기에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타개할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에는 적자 경영을 벗어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1996년 설립된 미국 넷뱅크는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저신용자를 상대로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다가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2014년 카드 사태 이후로 개인정보 규정이 워낙 강화된 데다 은행법이 열거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어 법규에 명시되지 않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도입에 제약이 있다”고 전제한 뒤 “개인 간(P2P) 대출,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을 통한 소액투자 유치) 등을 도입하려고 해도 은행법에 명시되지 않아 영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 가장 유력한 인터넷은행 사업 후보군인 다음카카오나 인터파크 컨소시엄 등은 인터넷 은행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자산 5조 원 이상)에 편입할 수 있어 주주 자격을 둘러싼 법정 분쟁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은행법을 개정하고 있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비 심사 과정이나 은행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 동안 신청을 받은 후 심사를 거쳐 연내 1~2개 컨소시엄에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다음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KB국민은행 등), 인터파크(SK텔레콤·GS홈쇼핑·기업은행·웰컴저축은행·NH투자증권 등), KT, 중소기업 연합군 등의 컨소시엄이 인터넷 은행 시장 진출 채비를 벌이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