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퍼스트 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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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제일 확실한 비법(秘法)이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는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꼬리를 흔들면 측근이고, 짖으면 측근이 아니라는 농반진반 얘기가 있다. 박 대통령이 집무실 아닌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고, 관저를 출입할 수 있는 인사가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청와대로 들어갈 때 삼성동 주민들이 선물해준 희망이와 새롬이가 최근 5마리의 새끼를 낳은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러한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 강아지들의 이름을 공모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네티즌들이 올린 강아지들의 이름이 많은데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 사태를 빗대 우리 군의 경계 태세 은어인 진돗개1, 진돗개2, 진돗개3, 데프콘1, 데프콘2로 하자는 의견에서부터 창조, 경제, 대박이, 행복이, 원칙이 등 박 대통령의 국정 지표를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 등 분분하다. 그동안 청와대의 불통(不通) 논란이 있어 왔던지라 모처럼 강아지들을 매개로 대통령과 시민들 간의 감성적인 소통의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국내 애완견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기에 ‘퍼스트 도그(first dog)’에 대한 관심이 높다.

외국의 대통령들도 애완견을 많이 키우는데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키우는 퍼스트 도그 ‘보’는 포르투갈산으로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마음대로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백악관의 실세인 셈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애완견 비즐리와 바니를 키웠는데 비즐리가 9세의 나이로 림프종으로 사망하자 초당적으로 명복을 빌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애완견 광인데 12년간 코니와 함께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러시아의 청년 시민단체인 ‘또 다른 러시아’는 코니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자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차피 뒤에는 푸틴이 있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이 거창한 데 있기보다는 이렇게 대통령의 일상을 공개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훌륭한 소통이다. 집권 후반기 박 대통령도 소소한 소통을 통해 국민과 공감대를 넓혀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