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22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4일(金)
자신의 前作을 부정하는게 ‘작가의 숙명’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작가를 위하여/ 김원우 지음/글항아리

소설가 김원우(68·사진)는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대학원생 제자를 졸업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졸업논문에 해당하는 세 편의 단편이 원하는 수준에 오르지 않으면 가차 없이 돌려보냈다. 2012년 퇴직 때까지 13년간 학교에 있으면서 그가 졸업을 허한 제자는 1년에 한 명꼴도 안 되는 11명. “소설가가 될 재능이 없어 보인다” “어디 가서 나한테 배웠다고 하지 마라”는 말에 중도 하차한 학생도 여러 명으로 전해진다. 올해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위원이었던 그가 시상식 자리에서 하루 정도 기쁘기만 해도 될 수상자들에게 “우쭐해하지 말고 정진하라”고 일갈하던 모습이 아직 선하다.

이 꼬장꼬장한 ‘선생님’의 책은 받자마자 참 그답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700쪽에 달하는 분량,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비법을 전수하듯 소설작법을 풀어냈다. 현대소설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이야기, 구성, 시간, 공간, 인물, 제목, 작의(作意), 문장·문체 등 소설의 구성요소별로 꾸린 11개의 꼭지는 촘촘하기 그지없다. 그는 머리말에 “좋은 소설, 그럴듯한 소설, 읽히는 소설, 진지한 소설들을 왜 써야만 하고, 어떻게 써야 되는가에 대한 방법론으로써의 기초적 생산기반을 깔았다”고 했다. “모든 분야가 나날이 눈부신 발전과 빛나는 세련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 형편에 왜 하필 소설만 그 질이 한껏 촌스럽고 그것도 한결같이 제자리 뜀뛰기나 하고 있을까. 책의 논지는 우리 소설의 항시적 미달 상태를 하루빨리 개선시키려는 것”이란 글귀엔 비장감마저 감돈다.

그가 강조하는 좋은 소설의 조건은 현실을 위증(僞證)하지 않는 것이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설정, 주변에서 도무지 볼 수 없는 괴짜 인물, 철 지난 시대 정신을 담은 소설은 가치가 없다. 소설가는 제대로 된 관(觀)을 가지고 현실을 읽어내고, 이를 그럴듯한 이야기로 직조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사회가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피상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기에 인물을 구체적으로 그려 현실감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형식을 파괴한 새로운 소설, 판타지·추리 등 장르 소설도 이런 좋은 소설의 전통을 존중하는 가운데 부정하는 모순을 지녀야 맛이 난다.

소설이 정보의 파편들로만 이뤄져서도 안 된다. 소설 한 편에는 수십, 수백 개의 정보가 담겼다.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었다는 식의 나열이 아니라 정보들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지식, 즉 주제의식을 뜻하는 작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읽은 다음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작가가 자기만의 문체와 문장으로 설명, 묘사, 표현을 조화롭게 이끌어 간다면 금상첨화다. 이때 너무 자기 몰입이 강한 문체와 문장은 독자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란 사실을 기억하자.

책에는 소설 외적으로 소설가의 자세와 자기관리에 대한 내용도 썼다. 동어반복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전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작품을 내는 일은 작가의 ‘직업윤리’에 반한다. 화자의 인칭이라도 바꿔야 한다. 이런 갱신의 정신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작가는 숙명적으로 자신의 앞선 작품을 부정하는, 그 진부하고 상투적인, 어느새 낡아 빠져버린 언어 무더기를 짓밟고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는 고행의 순례자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mail 유민환 기자 / 정치부  유민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바닷물속 청혼 도중 익사… “최고의 날이 비극으로”
▶ 골프장 이사들, 캐디 성추행하고 모텔 유인… 징역·벌금형
▶ 질투 때문에… 아기 분유에 세제 섞은 가사 도우미
▶ 도쿄 아사쿠사에서 일본인과 프리허그를 하면서…
▶ 가수 케이윌, 경부고속도로서 교통사고…“큰 부상 없어”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한 미국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러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익사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
mark경인아라뱃길서 체육복 입은 2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mark이승철 “성대수술후 은퇴도 생각… 묵언수행 1년만에 고음 되찾..
정경심 소환 임박…‘5촌조카와 10억 횡령’·‘상장위조..
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본격 수사…김관영 의원 첫..
질투 때문에… 아기 분유에 세제 섞은 가사 도우미
line
special news ‘보이스 코리아’ 우혜미,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우혜미(31)가 세상을 떠났다.22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틀 전부터 지인들의 연..

line
경인아라뱃길서 체육복 차림 20대 자매 숨진 채 발..
두산, 연장서 LG 페게로 홈런에 ‘덜미’…선두 SK와..
류석춘 ‘위안부 매춘 발언’ 후폭풍…연세대 총학·동..
photo_news
가수 케이윌, 경부고속도로서 교통사고…“큰 ..
photo_news
“손흥민 속눈썹이 오프사이드?”…비디오 판정..
line
[Review]
illust
삭발로 ‘野性’ 보여준 황교안… 챔스서 종횡무진 ‘황소’
[골프와 나]
illust
“잘하기보다 해저드 피하는 게 우선… 인생도 골프처럼”
topnew_title
number 도쿄 아사쿠사에서 일본인과 프리허그를 하..
골프장 이사들, 캐디 성추행하고 모텔 유인..
KLPGA에 신인 임희정 돌풍…최근 4개 대회..
화성 용의자 30년전 왜 촘촘한 수사망에 안..
hot_photo
현아, 대학축제서 치마올리기 퍼..
hot_photo
여성 모델, 유적지서 반라 촬영했..
hot_photo
유승준 측 “병역기피 아니었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