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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4일(金)
동서양 책바보·책벌레에 바치는 매혹적 獻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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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있는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왼쪽 사진)와 로히어르 판데르 베이던의 ‘책 읽는 막달레나 마리아’. 알마 제공

독서인간 / 차이자위안 지음, 김영문 옮김 / 알마

“책은 영혼이 있는 사물이다. 모양이 있고, 색깔이 있고, 냄새가 있고, 체온이 있다. 또 친구가 있고, 애인이 있고 집이 있고 여정이 있다. 그리고 사상이 있고, 감정이 있고, 운명이 있다.”

중국의 작가이자 평론가 차이자위안(蔡家園)이 말하는 ‘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책에 대한 그의 정의를 슬쩍 훑어봐도 그에게 책이란 매력적인 사물이자 세상이며, 친구이자 애인이고 또 운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로 삼고, 추울 때는 책을 읽으며 가죽옷으로 삼고, 쓸쓸할 때는 책을 읽으며 친구로 삼고, 울분이 쌓였을 때는 책을 읽으며 악기로 삼는다”고 했던 남송대 시인 우무(尤)를 책에 미친 책벌레로 소개하는데, 그 역시 이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다.

‘독서 인간’은 스스로 ‘진실한 독서인’이라는 저자가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에 대한 책’이다. 책의 역사부터 책 읽는 법, 서평, 도서관·서점 같은 책과 관련된 공간에 대한 책까지 ‘책에 대한 책’은 끊이지 않고 나왔고, 또 나오고 있다. 이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 아무리 달라도 변치 않는 공통점이 있다. 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정과 사랑, 책에 바치는 헌사라는 점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책과 독서에 관한 25가지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책에 대한 25가지 항목을 담았는데, 하나하나를 매우 살뜰하게 골라 화려하면서도 알찬 책에 대한 종합선물세트로 만들었다.

책은 책 표지, 책 날개, 삽화, 지질, 책갈피, 장서표 같은 물건으로서의 책, 책의 물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서점, 서재, 서가, 도서관이라는 책과 관련된 공간을 거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책과 다른 세계가 만난 문화적 풍경으로 이어진다.

이 중에서도 책을 미친 듯이 사랑한 사람들, 서치(책에 미친 바보)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다. 책을 사랑한 ‘서치’라면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었을 텐데, 중국에선 이들을 서고(書庫·책창고), 서록(書록·책상자), 서전(書癲·책미치광이), 서음(書淫·책음란가) 등으로 표현했다. 서양에선 biblioklept(책도둑), bibliolater(책숭배자), bookworm(책벌레), booklouse(책좀) 등으로 불렀다. 책에 빠져든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치의 종류 역시 다양하지만 모두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일컬어진다는 점에서 같다. 예를 들어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속 주인공도 대표적인 서치이다. 애서가인 이 청년은 여자 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와중에도 몰래 책을 읽는다. 서치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애서광으로 변한다고 한다. 보통 서치가 목적을 가지고 책을 선택한다면, 애서광은 목적 없이 책을 소유하려고 들고, 남들과 절대 나누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애서광에 대한 치료법이라면, 그저 미친 듯이 책을 사모아 지갑을 텅 비게 만들고 생계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한다. 피카소는 발자크의 소설집을 디자인했고, 후안 미로는 엘뤼아르 시집을 디자인했으며, 대문호 루쉰(魯迅)은 중국 북디자인의 개최자이기도 했다.

이렇게 책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살핀 저자가 마지막에 도달한 곳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뒤엎고 있는 적막’이다. “정말이지 책이 있어도 읽을 사람이 없는 것이 오늘날 찬란한 문명 세계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적막이다. 독서에 바쁜 사람도 일부 있지만, 그들 또한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더러는 진학을 위해 또 다른 고증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지금 독서는 점점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적막한 세계에서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독서는 본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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